"트럼프에 소송"…'멕시코 관세폭탄'에 뿔난 美기업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이민 차단을 요구하며 멕시코에 '관세폭탄' 카드를 꺼내들자 미국 기업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부품 등의 수입 비용이 높아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공회의소는 전날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의 존 머피 수석부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든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법적인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전역 300만개 이상의 기업을 대표하는 미 상공회의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 이익단체다.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관세폭탄에 '무역 매파(강경파)'로 불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해 대부분의 참모들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멕시코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을 대신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비준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 방안에 반대했다. 현재 멕시코 의회는 USMCA 비준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는 미국에서 부를 일구며 수십년간 살아왔고,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서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때!"라며 멕시코 정부를 거듭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불법이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계속 인상하겠다. 불법이민 문제가 모두 해결되면 그때 관세를 철회하겠다"는 트윗을 날리며 멕시코에 대한 관세폭탄을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6월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해 △7월1일 10% △8월1일 15% △9월1일 20% △10월1일 25% 순으로 관세율을 인상할 방침이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의 약 80%를 미국에 의존하는 멕시코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절망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미국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멕시코는) 이민 정책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멕시코를 거쳐 미국 국경에 이르는 중남미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새로운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마르펠로 에바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은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대우는 불공평하다"며 조만간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관리들과 회담을 가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