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다" 입주자 사전방문제 법제화… 지자체가 품질점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아파트 하자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주자 사전방문제도를 법제화하고 지자체에 품질점검단이 도입된다. 품질점검단이 인정한 부분은 입주 전(사용검사 전)까지 보수를 마쳐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엔 시공사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기존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이하 하심위)에는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토록 재정기능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자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건설업계는 개별 하자 민원이 증폭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2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예방 및 입주자 권리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앞으로 예정보다 공사가 지연되면 감리자가 지연공종 이후 공종에 대해 대책을 세워 사업계획승인권자에 보고해야 한다. 과거에는 사업 주체의 검토만 받아 처리했다. 시공부실에 대한 벌점 제도도 특정 공종 완료 또는 준공 후 적발된 법령위반사항도 벌점을 부과하게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을 정비하기로 했다.

입주 전 점검제도도 강화된다. 입주자 사전방문제도를 법제화해 정식 점검절차로 규정하고 보수조치 결과 제공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에 전문가로 구성된 품질점검단 도입 근거를 마련한다.

품질점검단은 공유부 및 샘플 세대 전유부를 점검, 입주자와 사업주체 간 분쟁사항을 객관적‧전문적으로 판단한다. 품질점검단의 판단에 이의가 있는 경우 하심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할 예정이다.

사용검사도 내실화한다. 입주자 사전방문 및 품질점검단 지적 내용 중 명확한 부실시공은 사용검사 전 또는 입주 전까지 보수되도록 사용검사권자의 시정명령·과태료 부과권한을 명시하기로 했다. 정상적 주거생활이 곤란한 하자가 보수되지 않은 경우엔 사용검사를 유보할 수 있게 한다.

또 석재 하자, 지하주차장 시공불량, 가구‧수장재 하자, 보온재 미시공 등하자의 범위가 법원 판례나 건설감정실무보다 협소한 경우에도 소송을 거치지 않고 하심위의 결정만으로 권리를 구제받게 하자판정 기준도 확대 개편한다. 하자판정 기준도 세분화해 하자 여부 및 하자의 경중, 보수기간‧비용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마련한다.

아울러 관리주체(관리사무소 등)가 하자보수 청구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관(각 공종별 하자보수청구기간+5년)하게 하고 입주자 열람도 허용하기로 했다. 소유주가 바뀌어도 하자보수 청구에 제약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상으로는 하자담보책임기간 내 하자보수청구내역이 확인돼야 하자담보책임기간 경과 후에도 하자보수 청구가 가능하다.

하심위의 하자판정 결정이 있을 경우엔 관할관청(지자체)과 즉시 공유하고 곧바로 보수공사 명령이 부과되도록 한다. 업체별 사용검사 전 하자(품질점검단 점검결과) 및 사용검사 후 하자(하심위 하자판정현황)를 축적해 향후 현장점검 대상을 선정하고 하자 보수 보증료율도 차등화한다.

하심위 내 현행 조정제도보다 소비자 권리구제가 효과적인 재정기능도 신설한다. 기존 조정제도는 어느 한 당사자가 조정안을 반대 시 어떤 결정도 할 수 없어 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했다. 반면 재정 제도는 재정결정 시점부터 일정기간 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다. 이로써 소규모 공동주택의 입주자도 소송 없이 하심위 단계에서 분쟁을 종결지을 수 있게 됐다.

아파트 소비자의 권리가 대폭 강화된 조치이지만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로 사업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개별 하자 민원이 증폭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자 사전점검시 공용부분의 민원도 있지만 개별세대 민원이 더 많다"며 "품질점검단의 하자 여부 판단을 개별 소비자가 받아들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소비자 권리라는 명분으로 추가시공 등 민원성 요구가 만원해있다"며 "개발비용이 부담되더라도 차라리 후분양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