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16개월… 무너지는 美 철강사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지키겠다며 전세계 각국에 철강 관세를 부과한 지 1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미 철강사들은 오히려 시가총액이 70%가량 증발하는 등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최대 철강사 US스틸은 지난 16개월간 시가총액이 70%(55억달러), 뉴코어(Nucor)는 20%(25억달러) 사라져 손실금액만도 총 80억달러(약 9조4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가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넉달뒤 일리노이주의 US스틸 제철소에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이 회사는 관세 덕에 가동 중단했던 고로 2기를 재가동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US스틸이 이제 돌아왔고, 노동자들도 일터로 돌아왔다"고 선포했다.

미국 내 철강사 8개를 합병해 탄생한 초대형 철강업체 US스틸은 한때 미 시장 점유율이 65%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쇠퇴하는 가운데 중국산 저가 철강 등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2009년부터는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덕분에 지난해에는 순이익이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하는 등 반짝 부활했지만 관세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US스틸은 지난달 말 당시 재가동했던 고로 2기를 모두 가동 중단키로 다시 결정했다. 부활의 날개짓 1년 남짓 만에 다시 추락하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하락세에 대해 "철강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뺏으려 생산 시설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US스틸 등 철강사들이 보유한 오래되고 유지비용이 비싼 용광로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지난해 수입산 철강 관세로 미 철강사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반짝 이익을 거뒀지만, 결국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둔화되면서 철강업계 역시 같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팀나 태너스 애널리스트는 "수요가 충분히 확보가 안된 상태에서 업계가 무리하게 생산 시설만 늘린 것이 문제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