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 윌리엄 왕세손-해리 왕자 갈등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런던=AP/뉴시스] 2018년 7월10일(현지시간) 영국 왕실 일가가 런던 버킹엄궁을 지나는 왕립공군의 공중분열식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메건 마클 왕자비, 해리 왕자, 윌리엄 왕세손,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2020.01.09.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형제의 갈등이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근 들어 메건 마클 왕자비를 두고 문제가 불거졌으나 갈등의 씨앗은 훨씬 이전부터 심어졌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형제의 전투'라는 책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어머니 다이애나비가 사망한 직후에는 누구보다 서로를 의지하는 형제였으나, 이후 두 개의 사건을 겪으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의 내면은 어린 시절부터 망가져 있었다. 아버지의 불륜, 어머니의 폭로,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시달리며 심리적인 문제를 겪었기 때문. 그들은 다이애나비가 숨진 후에는 더욱 절망에 빠졌다.

두 사람은 다이애나비가 사망한지 1년 후인 1998년 이튼 스쿨에서 작은 모임을 만들어 일탈을 즐겼다. 당시 16세였던 윌리엄은 상습적으로 술을 마셨고, 14세 해리는 대마초에 푹 빠져있었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대마초를 뜻하는 '해시시'를 딴 '해시 해리'였다.

이후 윌리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갭이어'를 위해 영국을 떠났다. 그러자 혼자 남겨진 해리는 마약과 술에 더욱 파묻혀 지냈다. 마침내 찰스 왕세자까지 이를 알아차렸고, 2002년 1월 해리의 마약 문제는 전 세계에 보도됐다.

/사진=뉴욕타임스 갈무리

당시 전 세계 언론은 해리 왕자를 문제아로 지적하며 찰스 왕세자를 칭찬했다. 찰스의 개인 비서 마크 볼랜드가 손을 쓴 덕분이었다. 그러나 일부 보도들이 윌리엄을 아버지와 동생의 '중재자'로 치켜세우면서 사건의 최고 수혜자는 윌리엄이 됐다.

해리 왕자의 이미지는 그로부터 점점 더 나빠졌다. 2005년 1월, 그는 한 파티에 입고 갈 의상으로 나치 제복을 선택했고, 다시 '나치 해리'라는 이름으로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이 때도 윌리엄은 파티에 함께했지만, 다시 평판이 좋아졌다.

'형제의 전투'는 이 사건들로 윌리엄 왕세손은 '멋진 왕자', 해리 왕자는 '더러운 악당' 역할로 대중과 언론에 낙인찍혔다고 했다. 윌리엄 또한 해리의 비행에 길을 놓아주고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람인데도 혼자서만 '착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것.

한 전직 보조관은 "이 사건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타격을 입었고, 그들은 거의 대화도 하지 않았다"며 "해리는 윌리엄이 논란에서 그렇게 가볍게 달아나버린 사실에 분노했다"고 회상했다.

한편, '형제의 전투'는 영국 역사학자 로버트 레이시의 저서로,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를 비롯한 영국 왕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영국에서 오는 15일 발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