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학대, 임무 수행 후 배지 같은 것"…美보이스카우트 성범죄 피해 '9만2700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보이스카우트에서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수가 9만 27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됐다.

16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보이스카우트연맹(BSA)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성범죄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변호인단은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9만 2700명이 피해 사실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앞서 BSA는 지난 2월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연맹에 성범죄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부채가 1~5억 달러에 달해서였다. 전날 오후 5시는 피해자들이 BSA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피해 접수 마감시한이었다.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변호사 폴 모니스는 "피해자들이 많은 건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렇게까지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 반 아르스데일은 "BSA에서 성폭력은 무언의 규범이었다"라며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적 학대는 아이들이 임무를 수행하면 배지를 얻는 것처럼 스카우트에서는 통과 의례로 여겨졌다"고 했다.


BSA는 성명에서 "과거 보이스카우트에서 성적 학대를 받은 사람들의 수에 충격을 받았다"며 "앞으로 나선 이들의 용기에 감동했다. 그들의 고통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라고 했다.

미 텍사스주 어빙의 미 보이스카우트연맹 본부 앞에 보이스카우트 대원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연령대는 8세에서 93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가 남성이지만 일부 여성 피해자도 있었다. 피해 사례는 미국 50개주 전역에서 접수됐으며, 일부 사건은 일본과 독일의 해외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BSA는 지난 2010년 배심원 판결에 따라 성범죄 피해자에게 1850만 달러(204억 8135만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법원 기록에 따르면 보이스카우트에서는 몇십년 동안 최소 1만 2000명이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 중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나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다. 그러자 2018년 워싱턴DC 등에서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보이스카우트 성범죄 피해자들 중 40대 이하는 2년 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어 캘리포니아 등 다른 9개 주에서도 성범죄 피해자들이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안이 제정됐다. 이후 BSA를 상대로 줄소송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 보이스카우트는 1910년에 창설돼 그동안 1억 3000만 명 이상이 거쳐갔다. 보이스카우트는 1970년대에 회원수가 약 5백만명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약 220만 명으로 줄어드는 등 수십년간 회원 수가 감소세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