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 발표하면 증시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렇게 본다

글로벌 투자전략가들의 상당수는 최근의 물가상승세가 일시적일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일정 공표는 8~9월 이뤄질 거란 전망이 가장 많았다. 테이퍼링 공표 후 미국 증시 움직임은 10% 미만의 하락세를 예상한 이들이 다수였다.

사진=AFP

미 CNBC인터내셔널이 아시아·미국에서 활동하는 30명의 유력 투자전략가를 대상으로 지난달 17~21일(현지시간) 진행해 31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21명은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이렇게 본 이들은 지난해 팬데믹 발생으로 인한 커다란 경제적 충격이 올해 수치들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었다고 짚었다. 예컨대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 2분기 평균 대비 2배 이상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의 이례적인 경제적 타격의 영향이란 설명이다.

또 전세계 각국의 봉쇄가 제조업 비용을 높여 기업이 비용 상승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한 점이 물가상승을 야기했지만, 팬데믹 기간 억눌린 수요 증가가 다시 둔화하면서 내년엔 이 같은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될 거라 봤다.

일부 응답자들은 선진국 고령화를 물가상승세가 일시적일 거란 전망의 근거로 거론했다. 제조업 등의 자동화 확산도 임금 증가율을 억제해 물가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선진국의 막대한 가계부채 역시 인플레이션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9명의 응답자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답한 응답자 중 한 투자전략가는 연준의 통화부양책 지속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경제가 회복된다면, 연준이 올해 말 4.5%로 실업률 하락을 예상한다면, 왜 우리는 위기 국면에 도입한 통화정책을 필요로 해야 하느냐"며 "연준은 대체 언제까지 매달 1200억달러의 채권 매입을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연준의 테이퍼링 공표 시점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인 15명이 8월 잭슨홀 심포지엄(미국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주최 연례 심포지엄)이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지목했다. 연준이 이때쯤 테이퍼링을 본격적으로 언급하거나 언제부터 시작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할 거란 예상이다.

연준은 팬데믹 발생 직후 매달 최대 12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모기지담보부증권 등을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했는데, 이를 거둬들이는 건 유동성을 줄여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단 이번 조사 응답자 상당수는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을 거라 내다봤다. 19명은 테이퍼링 일정 공표가 S&P500을 10%보다 작게 하락시킬 거라 예상했다. 2013년 5~6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촉발한 '테이퍼 텐트럼'으로 S&P500이 8% 하락했던 전례와 유사한 낙폭 예상이다. 다른 2명의 응답자는 시장에 영향이 없을 거라 봤고, 1명은 하락 뒤 반등을 예상했다. 한 채권 투자전략가는 "연준의 부양책 철수는 경제가 팬데믹으로부터 회복될 것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따라서 시장의 반응이 더 침착할 것"이라 했다.

반면 더 가파른 움직임을 예상한 이들도 있었다. 응답자 중 6명은 S&P500가 10~15%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고, 2명은 15~20% 하락을 예상했다.

테이퍼링 일정 공표 시점에 대한 전망이 오는 8~9월로 상당히 수렴된 데 반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전망 시점은 더 분산됐다. 응답자 중 가장 많은 10명이 2023년 상반기 인상을 내다봤고, 6명은 2023년 하반기 인상을 전망했다.9명은 내년 하반기 인상을, 3명은 내년 내년 상반기를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