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의사 집에서도 나온 '대마'…"우리나라 대마, 외국보다 환각 강해"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지난 19일 유명 피부과 원장이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마약류인 대마 소지와 특수상해 혐의였다. 현장에는 A 원장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누나가 폭행당한다'는 여자친구 남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대마초를 발견했다. 경찰은 A씨와 여자친구를 상대로 마약 검사를 할 계획이다.

# 지난해 9월에는 40대 남성 B씨가 부산에서 대마를 핀 후 포르쉐를 몰다 2차례 뺑소니 사고와 7중 추돌사고를 내기도 했다. 환각 상태로 B씨가 차를 몬 거리는 600m다. 이 사고로 7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B씨는 지난 2월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5월 강원도 강릉에서는 50대 남성 C씨가 대마를 피고 호텔 직원들을 폭행해 징역 1년을 선고받는 사건도 있었다.


이 사례들처럼 대마를 흡입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들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대마가 다른 마약류보다 위험성이 낮다는 생각을 경계하고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대마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마는 환각성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24일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마 흡입 사범은 1107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8년 553명 △2019년 851명 △2020년 1033명 등으로 증가세다.

현행법은 마약류를 크게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향정), 대마 3종류로 나눈다. 이 가운데 대마는 중독성도 낮고 뇌 손상을 유발할 위험도 낮다고 알려져있다. 미국 일부 지역 등 해외에서는 대마초가 안정제로 쓰이면서 유통이 합법화된 곳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마는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대마와 달리 환각 성분(THC) 함량이 높다고 경고했다.

윤흥희 전 한성대 행정대학원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네덜란드는 대마를 커피숍에서 판매하는데 외국은 대마 성분의 환각성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대마는 환각 성분 함량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이어 "대마에 취하면 자기 제어 능력과 상황 판단 능력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약사 출신인 이범진 마약퇴치연구소장도 "유럽이나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 합법화된 대마는 THC 함량을 0.3%로 낮추는 등 환각 성분을 낮춘 것들"이라 설명했다.

중독성이 약하다는 생각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마도 내성이 생겨 흡입하다보면 양을 늘리고 싶게 된다"며 "우리나라가 대마를 법으로 금지한 것도 중독성과 의존성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독 증세를 치료할 체계가 미흡하니 마약 사범들의 재범률은 높게 나타난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대마 흡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범 3102명 가운데 1107명(35.7%)은 재범이었다.

마약전문 변호사로 통하는 박진실 법률사무소 진실 변호사는 "대마 흡입이 불법이다 보니 중독자들이 '처벌 우려' 때문에 치료기관을 맘놓고 찾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자살기도자를 위한 24시간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것 처럼 마약도 신고당할 것이란 우려 없이 상담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범진 소장은 "대마 중독은 재활 치료도 필요하다"며 "약도 처방받고 정신 상담도 받고 가족과 좋은 관계도 유지해 다시 대마에 중독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