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사업' 오세훈VS'지역 예산' 시의회..오늘 추경안 처리 불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두고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7일까지 예정됐던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안 본심사는 이틀째 회의가 취소되는 등 파행을 빚었고, 이에 따라 8일 예정이었던 본회의 처리도 무산됐다.
오세훈·시의회 예산 '충돌'에…임시회 회기 연장

지난달 25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린 제306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추경 예산 처리가 불발됐다. 본심사가 중단되는 등 서울시와 시의회 간 갈등이 이어지며 추경안을 제외한 안건들만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시의회는 이날 마무리 예정이었던 임시회 회기를 11일까지 연장해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주말 내 서울시와 협상을 통해 11일 안건 상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추경 처리 무산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 예결위 심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인 '서울형 교육플랫폼(서울런)' 예산을 두고 서울시와 충돌하면서 6~7일 추경안 본심사 회의를 열지 않았다.

당시 김호평 예결위원장은 "(서울런)플랫폼 사업을 하려는 곳이 내정돼 있을 것 같다"며 사전내정 의혹을 제기했고, 이대현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내정된 곳이 있으면 제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겠느냐"며 "공무원을 모독하는 것"이라 항의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서울시 집행부의 명확한 사과가 있을 때까지 계수(조정)는 없다"며 심사 중단을 선언했다.
시의회 "공약사업에만 집중"…오세훈 "민생예산이다"

/사진=뉴스1

지난달 25일 열린 임시회 개회식 직후부터 서울시와 시의회는 '1조1000억원' 규모의 추경 심사를 두고 거세게 맞붙었다. 이번 추경안에 오 시장은 서울 영테크,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 상생주택 건설 등 지난해 말 삭감된 주요 공약 사업들을 대거 포함 시켰다. 하지만 시의회는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청년 대중교통 요금지원 77억5000만원, 서울 영테크 6억8000만원, 서울런 32억4000만원 등의 예산을 다시 전액 삭감했다.

이에 오 시장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인댄스', '유라시아 횡단 베를린 대장정' 등 특정 지역 및 단체 지원을 위한 사업 예산은 대폭 증액을 요구하면서 민생과 방역 지원이라는 이번 추경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며 "서울시가 편성하면 시급성 없는 현금성 지원인데 의회의 지역사업은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민생예산이냐"고 지적했다.


반면 시의회 측은 오 시장의 공약사업이 추경에 포함될 만큼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최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어려움 겪고 있는데 시급성이 떨어지는 예산을 많이 편성했다"며 "공약사업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한 예산보다 더 빠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김 위원장 역시 "추경안이 제출되기 전까지 예결위는 서울시가 코로나에 따른 방역, 일상회복, 민생지원에 집중된 사업으로 편성해 제출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오 시장의 역점사업만 대거 포함돼 있어 당초 시의회와 약속한 추경의 취지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결위는 혈세가 허투루 오용되지 않고, 시민의 절실한 필요를 채우는 예산이 되도록 추경 심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