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던' 특별지자체의 탄생…부울경의 실험, 성공할까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특별연합이 출범한다. 복수의 광역단체가 공동의 행정기구를 구성한 건 대한민국 출범 후 처음이다.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뭉쳐야 산다"는 지방의 절실함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가능성, 행정통합 논의의 징검다리 등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부울경 특별연합의 출발점은 2019년 무렵이다. 당시 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가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처음 밝혔다. 광역교통망을 토대로 부울경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고 산업과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도권에 필적할 만한 거버넌스를 구축하자는 제안을 했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 청년들의 유출이 심해지자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동남권 메가시티'가 '부울경 특별연합'이 되기까지동남권 메가시티가 부울경 특별연합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김 전 지사의 '개인기'가 돋보였다. 부울경은 2020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자 특별지자체 구성을 추진했다.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의 지자체가 공동사무 처리를 위해 신설할 수 있는 지자체다. 2021년 1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실시되면서 부울경 특별지자체는 가시화됐다.


특별지자체는 말 그대로 '지도에 없는 길'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중 한 명이었던 김 전 지사는 중앙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며 부울경의 광역교통망 등 선결해야 할 문제들을 풀었다. 문 대통령도 부울경의 초광역협력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에 직접 참석하며 힘을 보탰다. 그렇게 지난 18일 부울경 특별연합이 설치됐다.

광역별 메가시티 전략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008년 1월 핵심 국정과제로 광역경제적 구축을 내세웠다. 핵심 의제가 '5+2 광역경제권'이다. 광역경제권은 2개 이상의 광역단체를 포괄한다. 그때도 부울경은 동남권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중앙정부가 광역경제권을 직접 설계했다. 하향식 모델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은 상향식 모델을 선택했다. 지방에서 먼저 제안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다. 대구·경북, 광주·전남도 먼저 초광역협력을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지역이 주도하는 초광역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전략도 내놓았다.
부울경의 실험…수도권 집중의 해결사될까부울경 특별연합은 앞으로 광역교통과 물류체계 구축 등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수행한다. 정부는 부울경 특별연합에 예비타당성조사 혜택 등 지원방안을 발굴하고 예산도 지원한다. 부울경 특별연합의 성공사례가 이어질 경우 이미 특별지자체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권에도 자극이 될 전망이다.


부울경 초광역권 지원협의회 의장인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앞으로 부울경 뿐 아니라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권 등 초광역협력사업이 대기 중"이라며 "오늘 시작된 부울경 초광역협력이 미래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가져오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초광역협력 과정에서 지자체 간 알력 다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울경 특별연합만 하더라도 청사 위치를 두고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난관을 극복하고 부울경 특별연합이 안착한다면 행정통합 등 더 강력한 형태의 협력모델도 나올 전망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특별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사무나 권한을 받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분권에 기여할 수 있다"며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더 많은 사무를 맡길 수 있게 되고 그에 상응해 중앙정부도 의욕적으로 권한을 내려주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