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엔화, 나도 사볼까…"日 위상 떨어지자 엔화도 내렸다"

/사진=서울외국환중개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지며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언제까지 장기화될지 관심이다. 엔저가 길어지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마저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엔화 가치가 다시 오를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도 엔화를 한번…?'...'엔저'에 눈독 들이는 환테크族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10일 엔/달러 환율은 134.45엔에 거래되며 6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엔화는 134엔 중반대에서 거래 중인데 엔화 가치가 이렇게 떨어진 것은 200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월 7일까지만 해도 114엔대였으나 3개월여 만에 약 18% 올랐다. 특히 지난달 25일에는 126.87엔까지 내리며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다시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긴축 기조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와 달리 일본중앙은행(BOJ)이 초완화적인 금융정책을 펼치면서 엔화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오는 15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양국 간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은 더욱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엔화가 20년만에 최저 수준까지 주저앉으면서 환차익을 노리는 국내 '환테크족'들은 엔화를 사들이고 있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4964억엔에서 반년이 지난 지난 5월 말에는 5636억엔으로 늘어 13.5%(672억엔) 늘었다.
"엔저,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도…엔화 위상 약화"

지난 3월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업계에서는 엔화가치가 단기간에 반등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엔화 약세가 정점에 다다랐다며 더 이상의 급격한 가치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엔화는 달러 대비 15% 이상 약세를 시현하며 20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여타 선진국과 달리 일본은행의 완화적 스탠스가 지속되고,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와 물가 차이에 따른 통화정책 차별화 등이 맞물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보면 미국과의 물가 상승률 차이는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괴리를 좁힐 것"이라며 "물가 전망 차이와 이에 따른 통화 정책 차별화로 엔화 약세가 지난해와 올해 상당 부분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하면 현 레벨에서 달러/엔 환율의 추가 상승폭도 다소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길게 보면 일본의 위상 약화가 엔화 약세의 구조적인 배경"이라며 "글로벌 전체 수출에서 일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과 엔화 가치의 궤적은 유사한데 미국 GDP 대비 일본 GDP 규모는 2000년 49%에서 2021년 22%로 축소됐다. 이는 향후 나타날 리스크 오프(위험 자산 회피) 국면에서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엔화의 매력도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도 "지금 일본중앙은행의 초완화적 기조는 확고하고 엔저에 대한 스탠스가 호의적인 만큼 엔저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행이 현 기조를 유지하다 보면 다른 국가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빨리 올 수 있는데 이와 함께 일본의 경제적 펀더멘털 등을 고려하면 이것이 반대로 엔화 가치가 재상승할 가능성이 향후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이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