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00만원 떼인 30대, 세상 등졌다…전세사기 비극 벌써 8번째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정의당 대구시당과 대구지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이 지난해 5월 23일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대책을 수립할 것을 정부와 정치권 등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구 남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인 30대 여성이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고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뉴스1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A(38·여)씨는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를 발견한 사람은 남편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타살 정황은 없었으며 A씨 집 내부에서 유서 한 장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유서에는 가족에 대해 미안함과 전세 사기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A씨는 올해 초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 빌라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전세금 8400만원에 다가구주택에 입주했지만, 계약이 끝나도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84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9일 경매개시결정이 나오자, A씨는 이의신청을 준비했다. 하지만 사흘 뒤인 지난달 12일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네 가지 요건 중 3호 요건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 등'으로 인정받았고 신변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가구주택 경매 후순위자인데다 소액임차인에도 해당하지 않아 최우선 변제금조차 받지 못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A씨는 제대로 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전 재산을 잃고 전세대출금 상환, 퇴거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뜻을 이어 전세사기 문제 해결과 피해구제를 위해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며, 전국에서는 8번째 희생자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