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에 100억 매출 영어강의 사이트 일군 '베짱이'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힘들게 강의 다니지 않아도 돈을 벌 순 없을까?"

이 질문이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시원스쿨의 출발이었다. 이시원 시원스쿨 대표(사진·31세)는 24살의 나이에 영어강사로 출발해 직원 58명을 거느린 사업가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캐나다 이민에서 돌아와 건축자재 수출입회사에서 일하다 2004년쯤 지인의 부탁으로 하루 영어강의를 대신하게 됐다"며 "바로 강의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던 게 영어강의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기업체와 기관을 돌며 영어강의를 하거나 학원에 취업하는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강의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일하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수익을 꾸준히 내는 방법을 고민하다 당시에는 드물었던 온라인 강의를 택했다"며 "적은 비용으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집에서 캠코더로 강의영상을 찍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여전히 초창기처럼 '촌스러운' 시원스쿨 홈페이지는 현재 회원만 25만명이 넘는다. 독특한 점은 24살에 홈비디오로 찍은 이 대표의 첫 강의가 여전히 가장 인기가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처음 영어강사로 출발할 때 강의법을 공부하고 열심히 뛸 생각만 했다면 지금의 시원스쿨은 없었을 것"이라며 "성문영어처럼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최대한 자유롭고 일할 수 없을까 고민했던 게 시원스쿨의 성공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시원스쿨을 통해 강의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일에 정성을 쏟았다.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에 집중하는 것도 전략 중 하나였다.

시원스쿨은 현재 온라인 영어강의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의 당 6만원이 채 안 되는 저렴한 수강료에도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 1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어강의 못지않게 부대사업들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 이 대표가 출간한 '시원스쿨 기초영문법' 교재는 예약판매로만 교보문고 종합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1년간 국내 외국어 서적 10위권에 올라 있는 이 대표의 책만 4권에 달한다.

이 대표는 "영어강의에 이어 영어교재, 유치원교재, 키즈전집시리즈, 어학기판매 등 시원스쿨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모두 회원들의 요청으로 시작됐다"며 "회원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자연스레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를 정착시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신사업을 개척하지도, 외형을 확장하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25만명이 넘는 회원을 관리하는 인력이 12명에 그치는 시스템이 시원스쿨의 경쟁력인 셈이다.

이 대표는 "열심히만 하려고 했다면 인기강사는 될 수 있어도 지금처럼 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눈앞에 닥친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용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요즘도 일하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 회원 25만명을 거느린 시원스쿨은 24시간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이 대표의 강의일정은 1주일에 3~4번이 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