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대식가?

"신라면 블랙 시식 중. 사골 국물 맛 좋네요. 밥 말아먹으면 더 맛있겠어요. 결국 밥 한 공기 투입".
"개발 중인 닭칼국수와 팥칼국수 시식중... 닭칼국수는 닭 맛이 안나서 개발중지".
"된장찌개로 마무리...업그레이드된 된장찌개 먹을 만 합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이 지난 26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특히 최근 농심이 야심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 '신라면 블랙'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는데, 얼핏 보면 정 부회장이 대단한 대식가로도 비춰진다.


그러나 사실은 정 부회장이 '거한' 식사를 한 것이 아니라, 이날 점심시간에 이마트 성수동 본사 9층에서 진행한 가정간편식(HMR) 상품에 대한 맛평가 내용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HMR은 정 부회장이 이마트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야심차게 밀어부치고 있는 분야다.

이마트는 매주 2회 HMR에 대한 맛 평가를 실시한다. 보통 화요일과 금요일이지만 상황에 따라 수요일과 목요일이 되기도 한다. HMR 평가는 1차로 패널들의 맛 평가를 거친다. 패널은 총 30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 20명은 외부에서 10명은 내부에서 뽑는다. 이들 맛평가 패널들은 짠맛, 쓴맛, 단맛 등을 구별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정교한 미각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다.

1차 패널들의 의견을 거쳐 최종적으로 거치는 것이 바로 최병렬 이마트 대표가 주관하는 임원 맛평가다. 임원 맛평가가 진행될 때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포함한 7~8명의 임원이 참석한다.


이마트가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닌 신제품에 대한 평가도 이들 맛평가단에겐 중요한 임무다. '신라면 블랙' 시식이 이뤄진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마트의 맛 평가단은 자사의 상품을 맛볼 때 국내 가장 맛있는 동일 종류의 제품도 공수해 와서 엄격한 비교평가를 실시한다.

예를 들어 칼국수 HMR 상품에 대한 맛평가를 시작하면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칼국수집에서 칼국수를 사와서 준비하고, 경쟁이 될 수 있는 간편식 등에 대한 칼국수도 함께 맛평가 시식대에 올라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맛평가를 진행할 때에는 시중에서 맛있다는 동일한 음식을 사와서 함께 비교시연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참석하는 임원 맛평가 분위기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특히 정 부회장은 맛에 대한 평가보다는 자신의 의견이 이렇다는 식의 의사표시 정도만 한다고 이마트 관계자는 전했다. 물론 정말 아니다 싶을 때에는 명확하게 "이건 아닙니다"라고 강하게 호소할 때도 있다. 외국 생활을 많이 한 정 부회장은 스파게티에서 토마토 소스의 향, 스테이크의 고기의 씹히는 정도 등 미묘한 부분에서 뛰어난 평가를 한다.

또 정 부회장은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보니 이마트 HMR을 직접 사가지고 가서 요리법에 나온 대로 조리를 해본 후 "저번에 먹었을 땐 맛있었는데 직접 집에 가지고 가서 조리를 해보니 물 양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짠 것 같다" 등의 의견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자신의 입맛이 대중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의견을 게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