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라-수아레즈 '3단 충돌' 화제...네티즌 "권선징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11일 밤(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1/20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홈경기에서 리버풀을 2-1로 꺾고 리그 1위 자리에 올랐다.

'노스웨스트 더비'라 불리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라이벌 매치로 늘 초미의 관심을 끄는 두 팀의 대결은 여느 때보다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즈' 맨유와 '레드 데빌스' 리버풀 간의 충돌이어서 '레즈 더비'로도 불리는 이 무대를 더더욱 '빨갛게' 달궜던 주인공은 루이스 수아레즈(리버풀)와 파트리스 에브라(맨유)였다.


두 선수는 '인종 차별 논란'의 중심이었다. 에브라는 작년 10월 15일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를 마치고 "리버풀의 수아레즈가 내게 인종 차별성 폭언을 10번 이상 퍼부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에 대해 수아레즈는 "인종 차별적 의미가 아니었고, 단 한 차례 말했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사건을 조사한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수아레즈의 혐의를 인정하고, 8경기 출장 정지 및 약 7000만원의 벌금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수아레즈는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는 티셔츠를 동료들과 나눠 입는 등의 행동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수아레즈는 공개 사과에서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사건의 당사자인 에브라는 일절 언급하지 않아 갈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경기 시작 전 : 에브라 손 내밀자 수아레즈 본체만체...퍼디난드 '깨알 의리'


에브라와 수아레즈는 11일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네 달 만에 재회했다. 현지 중계 카메라는 경기 시작 전부터 두 선수를 집중적으로 비추며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아니나 다를까, 두 선수는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마찰을 빚었다. 사건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끼리 악수를 나누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수아레즈는 에브라의 악수를 거부하며 끝나지 않은 갈등을 예고했다. 이를 지켜보는 루니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맨유 공식 홈페이지

'인종 차별 논란'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에브라는 수아레즈 차례가 다가오자 먼저 손을 내밀며 일종의 화해를 청했다. 그러나 수아레즈는 이를 본체만체 지나치며 에브라의 손길을 무시했다.

이에 에브라가 분노하며 수아레즈의 팔을 거칠게 잡자 수아레즈는 차가운 표정으로 에브라를 째려봤고, 옆에 서 있던 필 다우드 주심과 호세 레이나 리버풀 골키퍼가 두 선수를 말리며 떨어뜨렸다.

수아레즈는 에브라를 제외한 다른 맨유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고 리오 퍼디난드에게도 손을 내밀었지만, 방금 전 수아레즈가 에브라에게 한 행동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퍼디난드는 수아레즈의 악수를 거부하며 팀 동료에 대한 '의리'를 보였다.

하프 타임 : 수아레즈 관중석 향해 공 차...선수단 '터널 충돌'

맨유와 리버풀은 치열한 경기를 펼치며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수아레즈가 중앙선 부근 사이드라인에서 공을 잡은 상황에서 주심이 전반 종료 휘슬을 불었다.

그러자 수아레즈는 관중석 쪽을 향해 공을 강하게 차 버리고 라커룸으로 향했고, 이에 관중들의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수아레즈가 찬 공은 관중석 및 양 팀 벤치 쪽을 향했으나, 정확히 어디를 향했는지, 누가 맞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아레즈는 전반 종료 직후 관중석에 공을 차 버리면서 선수단 충돌을 야기했다. ⓒ맨유 공식 홈페이지

맨유 선수들은 수아레즈에게 달려와 거칠게 항의했고, 수아레즈는 이를 무시한 채 라커룸을 향해 걸어갔다. 리버풀 선수들은 맨유 선수들을 말리는 한편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다우드 주심을 비롯한 심판진이 뛰어 와 선수들을 떼 놓았다.

그러나 현지 보도에 따르면 양 팀 선수단은 결국 선수단 출입 통로에서 거친 설전과 더불어 몸싸움을 벌였다. 자칫 주먹까지 오고 가는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심판진과 안전 요원들이 가까스로 그들을 뜯어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종료 후 : 최후에 웃은 에브라...수아레즈에게 굴욕 안겨

맨유는 후반 초반 잇따라 터진 루니의 연속골로 2-0으로 앞서갔다. 리버풀은 수아레즈가 후반 35분 만회골을 넣으며 따라갔지만 결국 패배의 쓴 잔을 삼켰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수아레즈는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을 걸어 나갔다. 중계 카메라는 수아레즈를 따라가며 그의 굳은 표정을 집중적으로 비췄다.

그런데 그 때, 에브라가 양 팔을 휘저으며 수아레즈 쪽으로 펄쩍펄쩍 뛰어왔다. 에브라의 행동은 선수들이 관중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눌 때 관중석 앞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에브라 바로 옆에 수아레즈가 있었다는 점이 평소와 다른 점이었다.

"수아레즈, 보고 있나?" 에브라는 수아레즈 바로 옆에서 관중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며 굴욕을 선사했다. (사진=SBS ESPN 중계화면 캡쳐)

에브라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수아레즈 주위를 맴돌며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관중들은 수아레즈에게 굴욕을 안기는 에브라의 모습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열광했고, 이를 애써 외면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수아레즈에게 함성을 질러댔다.

이에 리버풀 선수들은 곧바로 에브라에게 뛰어와 강하게 항의했고, 맨유 선수들은 그들을 거칠게 밀어 내며 에브라를 보호했다. 다우드 주심과 르네 뮬렌스틴 맨유 코치가 뛰어와 에브라를 진정시켰고,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리버풀 선수들을 다독이며 락커룸으로 들여보냈다.

에브라는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승자의 여유'가 엿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맨유 홈팬들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종료 후 네티즌들은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서 수아레즈와 에브라의 행동들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쳤다. 대다수의 팬들은 "이것이 바로 권선징악", "수아레즈는 오늘부터 '쑤아레긔(쓰레기에 빗댄 표현)'",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수아레즈의 행동을 비판했다. 일부 팬들은 "에브라의 뒤끝도 만만치 않다", "라이벌 매치에서 저 정도 행동은 당연하다" 등 설전을 벌였다.

결국 최후에 웃은 자는 에브라였다. ⓒ맨유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