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첨병' 종합상사가 살아났다...매년 최고 실적

종합상사가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1970~1980년대 '수출한국'의 주역이던 종합상사는 90년대 들어 주력이던 무역업이 축소되고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한동안 쇠락의 길을 걷는 듯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들어 사업모델을 해외 설비투자와 자원개발로 다변화하면서 종합상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합상사들은 지난해 신시장 개척,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2010년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네트웍스 (5,000원 0.00%)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5% 증가, 종합상사 가운데 가장 많은 26조2230억원에 달했다. 이어 대우인터내셔널 (45,900원 ▼600 -1.29%)이 19.8% 늘어난 18조7585억원,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상사부문은 35.2% 뛴 14조2317억원으로 집계됐다. LG상사 (31,750원 ▼100 -0.31%) 역시 21.6% 늘어난 7조3782억원을, 현대종합상사 (21,300원 ▼250 -1.16%)는 38.4% 뛴 5조30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수익성도 대폭 개선됐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달성한 SK네트웍스는 영업이익이 3276억원으로 전년 대비 30.8% 증가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628.9%, 7152.2% 급등하는 성과를 냈고, LG상사도 당기순이익이 96.8% 뛰었다. 현대종합상사도 영업이익이 61.5% 증가했다.

실적개선에 힘입어 종합상사 주가도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현대종합상사는 올해 들어 주가가 25% 가량 뛰었고 LG상사는 30%가 웃도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삼성물산과 SK네트웍스도 15%, 5%씩 주가가 올랐다.


종합상사는 70~80년대 국내 제품을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첨병' 역할을 하며 삼성, 현대, 대우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가 수출창구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제조업체들의 해외영업망 확충으로 직접 수출이 늘면서 종합상사의 자리가 좁아졌고 90년대 후반 외환위기까지 터져 큰 위기가 왔다. 당시 국내 최대 종합상사였던 ㈜대우의 해체는 '상사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10여년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종합상사는 2000년대 중반 외환위기 이후 거듭된 적자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해외의 신시장을 모색했다. 오랫동안 축적된 해외네트워크와 정보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면서 플랜트, 해외유전, 광산 등에서 실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투자한 석유·가스광구의 지분가치가 치솟고 신흥국 플랜트시장이 확대되면서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4개 업체의 매출은 2006년 모두 17조4937억원에서 이듬해 19조3680억원으로 늘었고 △2008년 24조8410억원 △2009년 22조9163억원 △2010년 31조7815억원 △2011년 45조3992원 등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6435억원으로 5년 전보다 212.9% 급증했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주목해 석유화학·철강·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기반을 마련한 것이 주효했다. 원자재시장과 설비투자에 남들보다 앞서 뛰어든 것도 실적 개선의 배경이었다. 최근 2~3년간 계속되고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신흥국 플랜트 시장 확대가 종합상사의 이번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가 개발 중인 호주 클라렌스 석탄광구 전경

SK네트웍스는 석탄을 회사의 6대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고,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석탄사업부를 인수하며 석탄 개발 투자를 강화한 전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유연탄 가격이 급등한 덕분에 올해 석탄사업부분에선 300억원을 상회하는 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분 투자한 페루 8광구(육상유전)와 오만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베트남 11-2광구(해양가스) 등에서 판매 이익이 크게 늘었다. 삼성물산도 보유한 3곳의 원유생산광구인 알제리 이사우안 광구, 중국 마황산 서광구, 미국 멕시코만 앵커 광구에서 생산된 원유판매 실적 호조가 이번 실적을 뒷받침했다.

LG상사도 지난해 아르헨티나 석유개발회사인 지오파크(GEOPARK)가 칠레에 설립한 '지오파크 칠레' 지분 20%를 인수하며 원유 확보에 나선 점이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또 2008년 개발을 시작한 중국 네이멍구 완투고 광산에서 지난해 유연탄 생산이 시작된 점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LG상사는 1983년 호주 엔샴 탄광 개발사업을 시작으로 1993년 러시아 에렐 탄광, 2007년 인도네시아 MPP 유연탄광에 이르기까지 석탄개발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