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버냉키 실망' 4가지 이유

미국의 3개 대형 은행이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을 당하면서 은행주가 큰 폭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2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3대 지수의 2%대 하락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주범이었다.

FOMC 정책 결정 발표가 이뤄진 오후 2시15분 이전까지 3대 지수는 보합권에서 관망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FOMC가 단기 국채를 팔아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4000억달러 규모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발표한 직후 뉴욕 증시는 수직낙하하면 일중 최저치로 마감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주말 저항선을 넘어선 뒤 저항선 주위에서 버티다 미끄러져 단기적으로 증시는 조정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거래량이 급증했다는 점도 불길하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아멕스, 나스닥시장의 거래량은 91억2000만주로 올들어 일평균 거래량 79억주를 크게 웃돌았고 전날 70억주 남짓에 비해서는 20억주 이상이 폭증했다.

FOMC의 통화 결정에서 시장이 실망한 것은 크게 4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이미 예상돼왔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이상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간 키건의 주식 전략 이사인 마이클 깁스는 "시장은 아마도 더한 것을 원했던 것 같다"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마술을 보여주지 않아 시장은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YCM넷 어드바이저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요시카미는 "주식 투자자들은 트위스트 이상을 원했다"며 "지금 위험자산 투자자들이 느끼는 절박함을 감안하면 최소한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널 캐피탈 리서치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더그 로버츠 역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주가에 반영돼 있었고 투자자들은 트위스트 위의 트위스트, 즉 그 이상을 희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FRB가 이를 악물고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는 3차 양적완화를 발표했다면 시장이 만족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글로벌 포렉스 트레이딩의 환율 리서치 이사인 케이시 리엔은 "FRB는 3차 양적완화를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지거나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에 대비한 탄환을 남겨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FOMC의 경기 진단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해석도 있다. DME증권의 플로어 트레이딩 이사인 앨런 발데스는 "투자자들은 FOMC 성명서에서 '심각하게 취약한 경제'란 문구에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FOMC는 또 유럽의 국가부채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처음으로 "금융시장의 긴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커먼펀드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스트라우스는 "FOMC가 성명서에서 글로벌 자본시장이 경제 전반의 하방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리스트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셋째, 투자자들이 FRB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장기적으로 경제에 효력이 있을지 회의를 품은 것이 증시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웰스파고 프라이빗 뱅크의 투자전략 이사인 론 플로랜스는 "트위스트는 목이 아플 때 시원하게 해주는 캔디 같은 것"이라며 "트위스트가 기분은 다소 나아지게 해주겠지만 병을 고치진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질병은 유동성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훼손됐다는 것"이라며 "FRB는 가능한 통화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해왔고 지금 필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신중한 재정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예산과 재정지출 문제가 통화정책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JP모간 펀즈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도 "1961년에 시행됐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지금은 소용이 없다"며 "금리가 제로(0) 수준인 상황에서 FRB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증시가 하락한 이유를 설명했다. 켈리는 "경제 성장세를 위한 최선의 기회는 워싱턴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MKM 파트너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이클 다다는 "시장은 FRB가 성취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목적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FRB의 다음 부양 조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정상 수준으로 올려 놓는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며 "이는 GDP 성장세가 정상화될 때까지 FRB가 늘어난 국채 보유량을 유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FOMC의 정책 결정을 반대한 위원이 3명이나 됐다는 사실에 시장이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8월 회의에 이어 이번 정책 결정에도 FOMC 10명 위원 가운데 3명이 반대했다.

전날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는 벤 버냉키 FRB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더 이상의 시장 개입을 중단하고 소비자 신뢰와 근로자 혁신을 통해 시장이 자발성을 회복하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BTIG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댄 그린하우스는 "통화정책 행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걱정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9bp 떨어져 3.01%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