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광화문 '차벽' 설치…'10만명' 민중총궐기 앞두고 '긴장'

14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경찰이 세종로 사거리 앞에 차벽 저지선을 설치했다. 또 오후 2시쯤부터 숭례문부터 서울시청 구간의 양방향 소통도 차단, 시위대의 광화문 광장 방향 진출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당초 서울 도심 곳곳에서 부문별 사전 집회를 열고 오후 4시쯤 서울광장에 집결해 민중총궐기 집회를 진행한 후 세종로 사거리를 넘어 광화문 광장으로 진출, 청와대 방향으로의 행진을 예고한 바 있다.

13만 민중 총궐기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인근도로에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등 참가단체들은 집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의 해결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2015.11.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경찰은 광화문 광장을 미신고 집회 장소로 판단, 행진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경찰은 이날 오후 3시쯤 청계광장에서 동화면세점을 잇는 세종로 사거리 직전 동서 방향으로 차벽 저지선 설치를 완료했다.

다만 차벽은 경찰과 시위대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는 효과는 있지만, 집회와 무관한 시민들의 통행권을 제한하게 돼 헌재가 '과도한 행정권 행사'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안내 경찰관들을 차벽 주변에 배치, 시위대와 무관한 시민들의 통행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광화문 주변에선 차벽으로 인해 시청 방향에서 광화문 광장 쪽으로의 보행에 곤란함을 겪는 시민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경찰은 또 오후 2시쯤부터 숭례문부터 서울시청까지의 양방향 소통까지 차단, 버스가 도심 지역을 우회해 운행하는 등 여파로 도심 인근에서도 교통정체가 가중되고 있다.

한편 경찰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에 따르면, 부문별 단체들은 오후 2시쯤부터 도심 곳곳에서 사전 집회를 열었으며, 오후 4시 열리는 '민중총궐기' 집회를 위해 속속 서울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우선 서울광장에서는 2시쯤부터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참석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3만여명이 운집, 서울광장은 물론 광장과 덕수궁 사이 차도까지 집회 참석 인원이 들어차 발디딜 틈이 없었다.

배태선 민주노총 조직실장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 임금을 털고 있다", "국민들을 평생 비정규직원으로 만들겠다고 장담한다"며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정의하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자리에는 수배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앞서 한 위원장은 오후 1시쯤 프레스센터 앞에서 "민중총궐기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자"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곧바로 검거 작전을 시도한 경찰과 이를 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사이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대학로에선 대학생들과 재야단체 등 총 6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쯤부터 '역사쿠데타 저지! 세월호 진상규명! 민주민생수호 범시민대회'가 진행됐다. 민주주의국민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함세웅 신부는 연단에 올라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을 통해 위정자들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외쳤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한 유경근 4·16 연대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파헤치고,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 끄집어내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슷한 시각 태평로에선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주최하는 농민대회가 열렸다. 오후 3시쯤까지 경찰 추산 8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농민들은 △쌀(밥쌀) 수입 반대 △식량주권 확보 △TPP가입반대 △한중FTA반대 등을 요구했다.

이효신 전국쌀 생산자협회장은 "쌀값이 20년전 가격으로 폭락했는데, 이는 소비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 수매제도의 문제"라며 "어제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담화문을 통해 '농가 소득을 98% 보장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정부의 쌀 수매 가격은 현실과 차이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서울역광장에서는 빈민단체(경찰 추산 3000명) 등이 사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광화문역 인근에서는 재향경우회, 고엽제 전우회 등 보수단체 5500명(경찰 추산)이 맞불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