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지막 주의 러시아

머니투데이

공영희 소설가

불과 일주일 만에 날씨 변화가 일었다. 그 뜨겁던 한 낮의 태양 기운이 쇠진했는지 조금씩 빛을 잃고 시들거리기 시작했다. 하세월이던가! 아침저녁이면 제법 서늘한 바람이 어깨를 넘나들어 상쾌한 기분을 감출 길 없다. 이제는 나무 그늘이 더 크게 자리를 잡고 파랗고 높은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없다.

러시아의 8월은 한국보다 더 빨리 찾아온다. 벌써 8월 초가 되면 바람의 촉감이 달라지고 나무 그늘의 넓음과 짙음은 가슴을 철렁이게 한다. 학생들은 중순 쯤, 긴 방학을 끝내고 슬슬 새 학년 준비를 한다. 러시아 신학기는 전국적으로 9월 1일에 시작하는 관계로 백화점의 문방구나 동네의 문방구, 책방, 서점에는 학생들과 학부형들로 붐빈다.

필자는 러시아에 살면서 8월의 러시아 날씨를 조금 특이하게 느꼈다. 한국처럼 습하면서도 찌는 듯한, 그리고 불쾌하면서 뭔가 폭발할 것 같음이 팽배하게 느껴지는데 러시아에서는 8월이면 이미 왠지 모를 쓸쓸함이 날씨에 배어있다는 점이다. 나뭇잎 들이 초록의 색을 벗어던지고 하나 둘씩 노란 색으로 변하면 확실히 저녁이 일찍 다가온다.

그러면 사람들 옷도 각양각색으로 달라진다. 아직도 끈만 달린 셔츠를 입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죽 자켓을 걸치는 사람도 나타난다. 그래서 거리는 매우 다양한 패션들이 등장하고 여름내 늘어졌던 감성들을 추스리고 조금씩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을 위해 감정도 조이는 것 같았다. 9월이 오면 신학기가 시작하는 것만큼 새로운 각오와 일터라는 전선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하곤 했다.

8월 마지막 주의 러시아

[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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