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은 삼겹살에 소주라구요?"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회식은 삼겹살에 소주라구요?"

최근 들어 직장 회식 메뉴는 '삼겹살에 소주'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늦은 밤까지 폭탄주를 들이키고 노래방까지 가야 비로소 공식 일정이 끝나는 한국형 회식 문화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서울소재 한 공기업에 다니는 K씨(28)는 부서 막내다. 미식가임을 자처하는 그는 평소 지인들의 추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맛 집을 찾아다닌다. 메뉴는 파스타, 피자부터 중국음식, 전통음식까지 다양하다.

그가 찾아낸 맛 집은 곧 부서 회식장소가 된다. "저녁 회식에 무슨 피자냐"며 마땅찮다는 반응을 보였던 부서원들도 이제는 새로운 회식장소가 공지될 때마다 기대감을 보인다.

그에게 자극을 받은 부서원들도 '생맥주가 가장 맛있는 집', '골뱅이 안주가 최고인 집' 등 각자 발굴한 2차 장소를 '비장의 무기'로 내민다. 이 때문에 부서 회식은 매번 '미각 기행'이 된다.

직원들의 저녁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회식을 점심시간에 하는 '대낮 회식'도 생겨나고 있다.

여의도의 한 대기업 직원인 L씨(34)는 한 달에 한번, 회사 근처의 샌드위치 가계로 달려가 부서카드로 샌드위치 11개를 산다. 이날 점심 회식을 위한 단촐한 메뉴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부서원들은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근처 공원으로 '소풍'을 나간다. 잔디밭에 둘러 앉아 동료들과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오후 업무 분위기는 더욱 부드러워 진다.

일반적인 회식 자리에서 적당한 음주는 분위기를 돋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대신 말 그대로 '적당히' 마셔야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112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술은 1차만 하고, 섞지 말고 1가지 술로 2시간 이내에 마치자'라는 의미다. 밤 시간을 음주보다 독서 같은 자기개발에 투자하자는 경영진의 의지가 담긴 운동이다.

술 대신 동료들과 영화, 연극 등을 함께 감상하는 '문화회식'도 최근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자란 신세대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이를 중장년층 간부들이 받아들이면서 나타난 회식문화의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