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투자 전문화·차별화가 경쟁력"

"투자업체 선정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전문성’이 있다는 증거다."


양태수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이하 삼호그린) 대표는 “녹색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이 분야에서 좋은 업체를 발굴할 수도, 투자리스크를 낮출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호그린은 두 단계의 필터링 시스템을 통해 투자업체를 선정한다. 첫 번째는 기술력심사다. 자회사이자 녹색산업 전문 기술평가 업체인 ‘이앤이’를 통해 후보업체의 기술력을 평가한다. 국내 무한책임투자자(GP) 중 녹색산업컨설팅 회사를 보유한 곳은 삼호그린이 유일하다.

1단계를 통과한 업체는 본사의 실사를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찮다. 전문심사역을 포함해 총14명으로 구성된 실사팀의 사업성평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


양 대표는 "GP도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인력투자에 절대 돈을 아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분명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설립 초기에 인력채용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걸 보고 주변에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키우고 투자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설득하고 채용했다. 덕분에 지금은 국내 최고의 녹색부문 '전문 인력풀'을 갖추게 됐고, 그것이 바로 삼호그린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양태수 대표는 지난 1989년 동양창업투자에 입사한 이후 여러 회사를 거치며 20여년간 벤처캐피탈맨으로 살아왔다. 업계에 처음으로 ‘녹색 바람’을 몰고 온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전문가로 활동해 오다 2006년 녹색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녹색산업 전문투자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세계 각지를 탐방하며 산업의 현황과 투자방안을 연구하는 데 들인 시간만 1년 6개월. 그리고 2007년 10월,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양 대표는 오랜 기간 준비를 거친 덕분에 녹색기업 투자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신감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빛을 발했다.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신규 투자와 집행을 꺼리는 상황에서 12월 농림부와 함께 200억원 규모의 ‘MIFAFF-삼호그린녹색성장투자조합5호’를 조성하는데 성공한 것.

한달 뒤인 2009년 1월에는 전라남도 도청과 손 잡고 76억원 규모의 ‘전남그린에너지펀드’를 추가로 조성했다.

펀드설립과 동시에 투자집행도 원활하게 진행됐다. 두 펀드는 현재 전문심사역들이 구축한 녹색벤처기업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5개 업체에 출자, 50%의 투자집행률을 보이고 있다.

양 대표는 “지난 3년은 회사를 설립하고 내부구조를 안정화하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시기였다"며 "시스템이 갖춰진 만큼 앞으로는 대규모 펀드조성과 공격적 운용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삼호그린은 국내·외에서 각각 하나씩 2개의 녹색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국내펀드는 200억원 규모로 이미 유한책임투자자(LP)모집이 끝난 상태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업체 데이터 확보에 나선다.

해외펀드는 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조합으로 올 12월 쯤 조성할 계획이다. 주타깃은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의 클린에너지 관련기업이다. 현재 LP 확보를 위해 해외기관·국내 대기업 등과 접촉 중이다.

최근 들어 녹색산업 투자에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는 양 대표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녹색산업 부문에서는 최고 수준의 운용사라고 자부한다"며 "대형운용사들과 경쟁해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고, GP는 결국 펀드수익률로 말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