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민영화 실패 전철 밟나

정부는 올해도 공기업 선진화를 기치로 내걸고 민영화 대상기관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받아든 성적표는 참담하다.


88골프장과 뉴서울CC 등 골프장 매물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최저 입찰가 때문에 올해에만 벌써 수차례 매각이 무산됐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과 지역난방공사가 각각 매물로 내놓은 케이엘넷과 인천종합에너지 역시 주인 찾기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출연 종합독성 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의 매각 절차가 진행됐지만 본입찰 결과 응찰자가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이 밖에도 경북관광개발공사와 인천논현 집단에너지 사업 등도 민영화 실패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는 관할 정부기관들의 높은 기대 가격과 매각의지 부족, 협상력 부재 등을 민영화 실패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과의 교감이나 의견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장과 조건만을 관철시키려는 협상 태도를 꼬집었다.


이런 와중에 청주공항이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이달 중 민영화 절차에 돌입한다.

정부가 처음 내놓는 공항 매물이라는 점과 중부권 관문 공항으로서의 성장성 때문에 시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잠재후보로는 청주공항 내 정비공장을 보유한 LG상사와 물류 특화 거점 확보를 원하는 대한항공, 청주공항 소재지인 충청북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거래 조건으로 인해 청주공항 매각 작업 역시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공항 매각자인 한국공항공사(KAC)는 매각 후 인수자가 추가 수익을 거둘 경우, 초과 이익 중 일정 비율을 공사 측에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 방침이다. 매각 이후 인수자가 회사 경영을 잘해서 얻은 이익까지 나눠 갖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 같은 KAC의 요구에 대한 M&A 업계는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매매 거래가 종결된 이후에도 계속 회사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매각 측의 요구를 인수후보들이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민영화 거래가 아닌 민간 영역에서는 선례를 찾기 어려운 거래 조건"이라고 말했다.

청주공항에 앞서 시장과의 교감과 조율을 무시했던 무수한 민영화 실패 사례는 KAC 및 국토해양부 등 매각 측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거래는 당사자 간 합의가 전제돼야만성사된다. 따라서 인수자는 물론 매각자도 거래 성사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자본시장에서M&A 거래주체로 나서는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이 처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교훈 사례에도 불구하고 매각 측이 앞선 민영화 실패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매각의지 없이 면피를 위한 시늉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청주공항 M&A가 공공기관 민영화 방정식의 해법이 제시된 거래로 기억될지, 공기업의 만연된 보신주의를 재차 확인시켜주는 사례로 남을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