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아일랜드 은행구제법에 '우려' 표명

유럽중앙은행(ECB)이 아일랜드의 은행 구제금융 계획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

ECB는 19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게재한 보고서(position paper)에서 아일랜드의 구제금융법안이 유동성 지원에 대한 대가로 아일랜드 정부가 제공한 담보에 대한 ECB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일랜드 정부의 부실은행 구제에 대한 ECB의 불안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ECB의 아일랜드 은행 채무 노출 규모는 1360억유로(약 208조원)에 달한다. 이는 유로존 전체 채무의 1/4 수준이다. 또 ECB가 아일랜드 중앙은행에 지원한 유동성만도 450억유로(약 69조원)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 은행들이 ECB로부터 자금을 빌리기 위해선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아일랜드 채무 노출 정도를 최소한으로 평가한다고 해도 현재 담보 규모로는 ECB가 자금 회수를 안심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이번 입장표명이 유로존 국채 위기를 종식시키기 위한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ECB의 체감 불안이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ECB는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른바 유로존 주변국들의 국채를 더 많은 사들이기 위해 지난주 자본금을 기존의 50억유로에서 107억6000만유로로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그리스 국채 불안이 불거진 지난 5월 이후 주변국 국채 매입에 720억유로를 투입했고 이중 상당 부분은 아일랜드 국채 매입이 차지했다.

한편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일랜드 구제금융 상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IMF는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아일랜드 정부의 추가 긴축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오는 2015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목표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2011회계연도를 시작으로 향후 4년간 150억유로의 재정 지출을 줄여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유럽연합(EU) 권고치인 3% 이하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IMF는 그러나 아일랜드의 경제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재정적자 비율이 2014년 5.1%, 2015년 4.8%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또 내년 총선에서 연립정부의 패배 가능성이 높아 EU, IMF와 합의한 구제금융 계획이 지켜질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제1 야당 피나게일(Fine Gael)은 지난주 구제금융안에 대한 의회 표결 때 아일랜드 정부가 지급보증하지 않은 대외채무까지 상환해야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는 사실상 일부 정부채무를 부도내자는 무책임한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