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부 신년기획-친디아 재조명4]"너무 뛰었나" 숨 고르는 인도증시

인도 증시는 중국과 반대로 지난해 17% 상승하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국가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시가총액 2위 기업인 IT 서비스업체 타타컨설턴시가 57% 급등하는 등 기술주가 평균 37%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은행주도 평균 30% 상승했다.

인도 증시 추이(2010년 1월~현재) ▲자료:블룸버그

하지만 올해는 인도 증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밝지 않다. 지난해 많이 오른 만큼 추가 상승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아르준 자야라만 코스웨이 이머징마켓펀드 매니저는 인도가 경제 성장 측면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증시 밸류에이션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며 올해 인도 증시에 대하 투자비중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콘스탄틴 바에나스 UBS 애널리스트도 가격 부담을 이유로 올해 인도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인도 증시의 평균 주가순익비율(PER)은 17.4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3.4), 브라질 보베스파지수(13.9), 러시아 MICEX 지수(9.47)보다 높다. 미국 S&P500지수(15.6)나 홍콩 항셍지수(12.9) 등 선진국 증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증시를 둘러싼 거시경제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인플레이션이다.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은 8.4%로 8%대를 이어갔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해 금리를 6번 인상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만큼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 전반적으로 과열됐다는 걱정도 나온다. 팀 모에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투자전략 대표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쌍둥이 적자를 나타내고 있고 경제 전 분야에서 과열이 감지되고 있다며 인도 증시에 먹구름이 꼈다고 지적했다.


인도 증시는 올들어 지난 21일까지 7.5% 하락했다. 3.3% 떨어진 상하이종합지수의 두 배 가까운 내림세다. 인도 증시의 상장지수펀드(ETF)는 유독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인도의 상장지수채권(ETN)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아이패스 MSCT 지수 ETN'은 올들어 10% 급락했다. 110억달러 규모의 아이패스 MSCT 지수 ETN은 2009년에 103% 폭등한 후 지난해에도 2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도 증시 전반적으로 '너무 올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업종별 전망에는 차이가 있다. 기술주는 평균 PER이 22.5에 달해 가격 부담이 가장 심하다. 인도 3위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위프로의 지난 분기(지난해 10∼12월) 실적이 예상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실적 호재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띄었던 헬스케어도 PER이 22.1배에 달한다.

반면 기초소재와 석유가스업종의 PER은 각각 10.3배와 11.6배로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실적 개선까지 기대되고 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IL)는 지난 분기(지난해 10∼12월) 순익이 정제 및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 개선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났다. 특히 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정제사업 마진이 배럴당 9달러로 직전 분기 5.9달러에서 크게 확대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도이치뱅크는 정제 및 석유화학 사업 활성화에 따라 RIL의 마진이 올해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자산운용사인 셰어칸의 수하스 사만트 펀드매니저는 실적이 예상을 웃도는 종목에는 매수세가 몰리고 예상을 하회하는 종목에는 투매 현상이 나타나면서 업종별 희비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