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섬 첫날 급락...기관 물량 '주의보'(상보)

싱가포르에 이어 국내 코스피시장에 2차 상장한 중국고섬이 상장 첫날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공모주식을 총액 인수한 상장 주간사(증권사)들이 부진한 공모청약 탓에 대부분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보호예수 의무마저 없어 자칫 시장에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 예탁증서(DR)를 상장시킨 중국고섬은 공모가(7000원)보다 10% 하락한 63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개장 초 시초가 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됐으나 대우증권 창구 등을 통해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한때 상승세로 전환, 10%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매도물량이 출회하면서 재차 하락세로 돌아섰고, 결국 시초가보다 6.35% 낮은 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고섬의 국내 상장 주간업무를 맡은 증권사는 대우, 한화, IBK, HMC투자증권 등 모두 4개사다. 이들 증권사는 주간업무 계약 당시 증권예탁증권(DR·Depositary Receipt) 3000만 주를 총액 인수키로 했다.


이들 증권사는 총액 인수 후 공모청약을 통해 일반 투자자 모집에 나섰지만 0.46대 1의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결국 잔여분을 모두 떠안게 됐다.
대우증권은 DR 830만 주를 보유 중이며, 한화증권 540만 주, IBK투자증권 101만 주, HMC투자증권 30만 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보호예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래소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따르면 증권사가 상장 주간업무 과정에서 총액 인수한 물량은 보호예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 상장규정에서 보호예수 항목은 열거식으로 돼 있다"며 "총액인수 이전 주식은 보호예수에 포함되지만 주간업무 과정에서 총액인수 한 물량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언제든지 시장에서 차익실현이 가능하다는 것. 중국고섬의 공모가가 7000원이고, 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 물량이 쏟아지지는 않겠지만 공모가 이상에선 물량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회사의 본질적 가치와 달리 기관이 공모 물량을 떠안은 이상 기관 리스크에 노출된 것은 당연하다"며 향후 기관의 매매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중국고섬의 대표 주간사로 가장 많은 DR을 총액 인수한 대우증권은 당분간 시장에 보유 주식을 매도할 의사가 없다고 일축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중국고섬의 기업가치가 공모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2011년 예상순이익 기준 PER이 7.4배 수준"이라며 "동종업계 유사기업의 PER 수준인 10~12배 수준에 비해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주관회사로서 고객보호차원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단기에 주식을 내다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