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시대, 상사기업이 뜬다

인플레이션이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상사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원자재값이 오를 때 '가격 인상' 결정력을 갖고 있어 인플레 국면에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10일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 2월 1일까지 CRB원자재가격지수가 79.7% 오르는 동안 국내 주요 상사기업인 LG상사 (26,650원 ▲450 +1.72%)와 현대상사 (17,120원 ▲230 +1.36%), 대우인터내셔널 (45,400원 ▲650 +1.45%), SK네트웍스 (5,090원 0.00%), GS글로벌 (2,410원 ▼10 -0.41%)의 주가는 148.4%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CRB 지수는 곡물, 원유, 비철금속 등 주요 21개 상품 선물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지수로, 원자재 가격의 국제기준으로 활용된다.

<한국 상사株, 원자재가격지수와 동행> -자료 :토러스투자증권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사기업의 주가는 원자재 가격 지수와 동행하는 경향이 짙다"며 "금융위기 이후 상사주가 급격히 빠진 여파로 지난 2년간 원자재지수 상승률을 압도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2000년 이후 10차례에 걸쳐 나타난 유가 상승기에서 철강, 비철금속, IT, 보험, 유통 등과 같은 업종의 상대성과가 탁월했다"며 "상사주는 원자재값 상승에서 자유로운 유통업과 원자재값 상승을 제품값으로 전이하기 쉬운 비철금속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상사기업은 1990년 중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지만 해외 자원개발로 사업분야를 넓히면서 지난해부터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원자재값 상승은 무역물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도 이들 상사주에 우호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이익 기여도가 높은 LG상사와 현대상사를 유망하다고 보고 있다.

석유, 가스, 석탄, 동, 아연 등 다양한 자원을 개발중인 LG상사는 지난해 전체 이익에서 자원개발 부문이 65%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 석탄광에 이어 올해 카자흐스탄 아다(Ada)와 NW 코니스 유전 생산이 예정돼 있어 자원개발의 이익 비중은 70%로 늘어난다는 관측이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평균 석탄 가격과 유가가 각각 10% 상승하면 LG상사의 연간 세전이익은 각각 25억원, 85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최근 홍수 피해로 호주 석탄 광구 관련 이익은 소폭 줄겠지만 석탄가격 상승으로 다른 광구의 이익 증가폭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6개의 자원개발 광구를 보유중인 현대상사도 4개 광구에서 연간 300억~330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김인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부터 예멘 LNG 광구에서 생산이 시작돼 현대상사의 연간 자원개발 수익이 5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상사의 경우 32% 지분을 보유한 GS리테일이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어 자산가치가 높아진다는 점, 현대상사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그룹에 편입된 시너지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주가 상승에 일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들어 주가 흐름은 현대상사가 양호하다. 10일 현재 LG상사의 주가는 연초 이후 3.8% 하락한 반면 현대상사는 16.2% 상승했다.

한편 최근 유가 상승이 두드러졌던 2008년 12월 22일부터 2009년 3월 27일까지 코스피지수가 4.9% 오르는 동안 LG상사는 32.5%, 현대상사는 33.8%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