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책임 물으신다면 내려놓고 싶다"

"(물가에 대한) 책임을 물으신다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전병헌 의원(민주당)의 물가 안정 책임론 제기에 대한 대답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실제로 물가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장관직을 사퇴하겠다는 의미보다 그만큼 현재 물가 상황이 심각하고 어렵다는 것을 말하는 일종의 반어법적 표현이다.

전 의원은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대정부 질의에서 정부의 안일한 물가 대응을 질타했고, 곧이어 정부의 책임론도 함께 제기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책임을 물으신다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어 "최근 물가 상황이 이례적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 구제역 등 악재들이 동시에 겹쳤다. 정부도 밤잠 못자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윤 장관은 앞서 이종걸 의원(민주당)의 유류세 인하 검토 요청에 대해서는 "유류세 인하 문제는 현재 단계로써는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현재 단계에서 검토하지 않지만,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정부가 상황 악화될 지까지 예측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 결정 체계를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월 말까지 해답 내놓을 것이다. 유류세 인하는 가장 마지막 시나리오이며, 앞으로 관세부터 단계적 인하하는 시나리오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전세 대책과 관련, "전세 가격 급등은 매입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된 것으로 수급이 맞지 않아서 발생했다"며 "단기간에 전세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해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소형주택 공급 등 인가를 많이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충분치 못하다"며 "공급을 늘리고 주택 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노력하고 있다. 좀 더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물가와 관련, "정부는 거시와 미시 정책을 아우르는 전방위 정책을 펴고 있다"며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을 채택할 경우 미칠 효과에 대해 알고 있다. 이런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출입 은행 현물 출자 논란과 관련, 윤 장관은 "현물출자 통해 수출입 은행 자본금 늘리는 것은 UAE 원전과는 전혀 관계없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브라질 고속철 등 대형 국제 수주사업은 모든 국가가 금융지원과 함께 들어간다. 우리도 수출입 은행 규모 키워서 같이 들어가야 한다. 현금으로 증자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물 출자도 가능한 한 해서 BIS 비율 향상시켜 뒷받침 해주는 것이다. UAE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전세계 모든 국가의 수출입은행은 대규모 프로젝트 진출할 때 공적 금융기관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특정 대기업 위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한나라당)가 지적한 국가재정통계 개편과 관련, "국제 기준에 맞춰 개편하려는 것"이라며 "국가부채 포함되지 않는 공기업 부채 등은 부기하거나 국회에 보고하는 등 국민적 감시가 이뤄지도록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