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특별계정' 타협…금융위, 고육지책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예금보험기금 내 '공동계정'을 설치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금융당국의 대폭 양보로 9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가 제시한 안에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당국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저축은행 구조조정 기금을 조성해야하는 만큼 원안 고수보다 법안 통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름부터 바뀌었다. '공동계정'이 아닌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으로 정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 국한한 구조조정 기금이란 의미다. 상설 계정 설치가 아닌 예외적이고 특수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특별계정의 운영시한도 2026년 12월31일로 명문화됐다. 금융위는 일몰 조건을 명시할 수 없다고 버텨왔지만 물러섰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금융권역별 위기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아닌 현재의 '저축은행 사태 해결용'으로 수정했다.

무엇보다 재원마련 방법이 달라졌다. 특별계정에 투입될 예금 보험료가 금융위가 처음 제시한 50%에서 45%로 줄었다. 각 금융권역에서 거둬들인 예금 보험료 중 55%를 해당 금융권 고유계정에 쌓고 나머지 45%를 특별계정에 적립하는 방식이다. 부족한 재원은 정부 출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이 부실과 관련 없는 금융권 예금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정공법을 쓰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부 출연금이 투입되면 국가재정법과 공적자금특별법을 준용해 관리를 받게 된다.

정부 출연금이 들어갈 수도 있게 됨에 따라 사실상 공적자금 투입과 유사한 모양새를 띄게 하는 각종 합의안도 마련됐다. 금융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6개월 이내에 재발 방지를 위한 백서를 발간하기로 했다. 상임위 차원에서 여야 합의를 진행해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까지 추진된다.

김석동 위원장은 이날 정무위 통과에 앞서 "백서발간은 사태의 근본 원인과 정책적 문제점 등을 정리하는 차원이며 청문회는 여야 의원들의 논의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원안이 상당 부분 수정됐지만 사안의 시급성에 여야가 공감하면서 다행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무위를 통과한 예보법 개정안은 10일 오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