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1등 전략 "SW를 키워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반드시 1등 합시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얼마전 야근중인 LG전자 평택공장의 스마트폰 개발팀에 80판의 피자를 돌렸다. 구 부회장은 소매를 걷어붙인 채 'LG일렉트로닉스(LG Electronics)호'의 키를 잡고 목표지점을 가리키는 자신의 캐리커처도 함께 보냈다. 자신부터 독하게 실행할 테니 믿고 따라와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구 부회장이 향한 목적지는 분명하다. "확실히 1등 합시다"라던 LG디스플레이 사장 시절의 인사구호를 LG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뒤 "반드시 1등 합시다"로 바꿨지만 행선지는 변함없이 '1등'이다.

　1등을 하기 위해 구 부회장이 강력히 주문한 것은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다. 스마트폰시대에 접어들면서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는 그동안 '옵티머스 마하'의 생산중단, '옵티머스 큐'의 업그레이드 지연 등 소프트웨어에서 비롯된 문제를 겪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각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면서 단말기의 버그를 잡고 OS에 맞춰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분야의 역량이 하드웨어의 성능을 좌우하게 됐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 LG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대규모 인력충원을 지속해왔고 올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규모인 1100명을 채용한다. 채용인원 가운데 80%는 연구·개발(R&D) 인력. 이중 50% 넘는 인원이 스마트폰과 스마트TV, 3차원 입체영상TV(3D TV) 등 소프트웨어의 R&D를 담당한다.

LG전자의 '소프트웨어 군단'은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SW플랫폼 연구소,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R&D연구소,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SW플랫폼연구소 등에 집중 배치돼 LG 소프트웨어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구 부회장의 지시로 최근에는 소프트웨어역량개발센터도 설치했다. 사내 모든 소프트웨어 관련인력을 맡아 교육하는 곳이다. 그룹 내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이 가장 풍부한 LGCNS와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스마트폰과 스마트TV 개발작업을 공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얼마전부터 애플리케이션(앱)과 영화, 게임 등 콘텐츠 확보를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국내용 온라인 앱 직거래장터인 'LG앱스'와 글로벌용 'LG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뒀다. 그러나 이 2곳에 등록된 앱수는 통틀어 3000여개에 불과하다. 앱수가 30만개인 애플의 '앱스토어'와 15만개인 구글 '안드로이드마켓'과는 비교대상도 안된다. 9000개 앱이 거래되는 '삼성앱스'와 견줘도 초라하다. 그래서 LG전자는 'LG앱스토어' 서비스 대상국을 30여개국에서 60개로 늘리는 한편 전문기업과 제휴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게임, 교육, 금융, 여행, 헬스케어 등의 앱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스마트폰 '옵티머스 3D'를 선보이면서 유튜브와 3D 콘텐츠 확산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글로벌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로프트'(Gameloft)의 3D게임 3종을 사전 탑재하고 EA와 디지털초콜릿, 팝캣 같은 게임업체와도 손잡았다. 영화쪽은 팍스(Fox), 소니픽처스,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등을 끌어들였다. MP3 등 음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아마존과 제휴했고 BBC, 뉴욕타임스, CNN 등과도 협약을 맺은 상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강화'를 위해 LG전자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자체 앱스토어의 덩치를 키우거나 다양한 제휴에 나서는 것 이상으로 단말기의 소프트웨어나 펌웨어의 질을 높이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사 개발자는 "스마트폰의 앱이 스마트TV로 확장됨에 따라 LG전자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TV까지 염두에 두고 경쟁업체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워낙 출발이 늦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테크팀장은 "현 시점에선 앱 생태계 구축보다 소프트웨어 기술에 기반해 스마트폰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