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다던 통화스와프,美이어 日과도 체결한 이유

정부가 지난주 열린 한미 정상회의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위한 협력을 시사한데 이어 19일 한일 정상회의에서는 한·일 통화스와프를 7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키로 합의했다.

정부는 그동안 통화스와프 추진이 시장에 달러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를 꺼려왔다. "현 단계에서는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다"는 게 지금껏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지난주 한미정상회의에서는 통화스와프 추진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자 부처 간 조율이 제대로 안 돼 발생한 '해프닝'이라며 합의문 문구를 조정하는 등 부산을 떨기도 했다.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다"고 시종일관 밝히던 정부가 갑자기 "통화스와프에 합의했다"고 입장을 뒤바꿀 경우 외화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하는 시장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과의 합의를 계기로 통화스와프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펀더멘털이 오해를 불러오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튼튼하다는 자신감과 함께 통화스와프를 공개리에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를 줄여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에 달하고 단기외채비중, 경상수지 등도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크게 개선돼 펀더멘털 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대외의존도가 85%를 넘어서는 과도한 개방경제란 점에서 외부충격에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녔다. 유럽 재정위기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체결된 통화스와프는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자금을 인출할 생각이 현재로선 없다"며 "금융시장 안정성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통화스와프를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20개국(G20)이 지난 14~15일 프랑스 파리 재무장관 회의에서 글로벌 통화스와프 발판을 마련한 것도 통화스와프 체결을 공개한 원동력이다.

정부는 파리 회의에서 글로벌 통화스와프를 구축하면 신흥국들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쌓을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논리로 "유동성 위기시 중앙은행간 협력 발판을 마련한다"는 합의안을 끌어냈다. G20 국가간 통화스와프에 큰 진전을 이룬 것이다.

이와 관련, 조만간 한·미 통화스와프도 구체적 합의사항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파리에서 기자와 만나 "현재로선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없다"고 언급했지만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지는 않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스와프 체결은 심리적으로 불안해진 외환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과거 리먼브러더스 사태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외환유동성 불안 해소에 결정적 역할을 했듯이 미국, 일본과의 스와프가 우려를 상당부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외환보유액 흐름, 단기외화차입 비중 등 경제여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추진했다는 점 역시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