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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 직업' 88만원 시대의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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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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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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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디자이너 열전]<3>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 이철종 대표

[편집자주]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설계사들이 있다. 이들은 불평등·환경훼손·인권침해·동물학대 같은 사회 문제를 사회적기업·협동조합·비영리단체·기업의 사회적책임 같은 활동을 통해 해소하자고 나선다. 사회를 바꾸는 아이디어의 실행자,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들을 머니투데이가 소개한다.
'창업이 직업' 88만원 시대의 아이돌
서울 홍대 앞,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오요리’.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서 "꺄아" 가냘픈 환호성이 들린다. 놀라 돌아보니 영화 ‘건축학개론’에 출연한 미쓰에이의 수지처럼 희고 고운 여성이 두 손을 가슴팍에 모은 채 팔짝팔짝 뛰고 있다. 홍조를 띤 얼굴은 마치 스타를 만난 팬 같다. 눈에는 반가움의 눈물까지 그렁그렁 고인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 희망별동대 한수정이에요." "아, 오랜만이에요. 오요리에서 일하세요?" 수정 씨가 이토록 반가워 한 사람은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38)다. 지난해 그는 희망제작소가 '꿈을 직업으로'라는 모토로 진행한 청년창업 프로젝트, 희망별동대를 이끈 '별동대장'이었다. 계열사 4곳, 직원 210여 명, 연 매출 48억여 원 규모 사회적기업을 키운 창업주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장도 없이 자활공동체 간사를 거쳐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가로 성장한 그는 꿈 많은 청년들에겐 스타다. 길잡이 별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철종'을 꿈꾸는 청년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가 업무 스트레스로 만성위염을 앓고 있다는 것을, 지난 12년 동안 쓴 휴가가 아들 산(4)을 낳을 때 쓴 출산휴가 3일뿐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의 지은이, 한병철 독일 카를스루 교수가 들었다면 '자기착취'의 전형이라고 혀를 찼을 일이다.

◇"10년 동안 매년 창업" = 사회적기업 경영인의 삶은 그에게 단 며칠의 휴가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고단했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매일 숨 가쁘게 닥쳐왔다. 인터뷰를 한 19일에도 그는 "아침에 구조조정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고정비용에 들어가던 인건비를 변동비용으로 전환하기로 결심했어요. 회사가 부채 부담을 줄이려면 월 3000만 원의 순수익을 내야 하거든요. 구조조정은 재창업에 가까운 힘든 일이에요. 몇 번 했냐고요? 10년 동안 열 번은 넘게 했을걸요."

2010년에만 함께일하는세상(www.wtco.kr, 이하 함세상)은 7억여 원의 순손실을 냈다. 청소서비스기업 '인스케어'를 웅진홈케어에서 인수한 후 디스플레이 크린룸 특수 클리닝, 교육까지 사업을 확장하다가 손실이 생겼다. 인스케어는 구조조정으로, 교육사업은 축소로 살려냈지만 디스플레이 클리닝 사업은 철수했다.

"1인 리더십의 위험은 과잉투자에 있습니다. 많은 최고경영자(CEO)가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에 목을 맵니다. 그래서 현재의 손실이 투자라는 생각에 빠지기 쉬워요. 최근 제가 조직관리를 김기홍 전무한테 넘겼어요. 그랬더니 전체가 보이더군요."

그는 "구조조정이란 기업이 원래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경로를 수정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100m를 가기 위해 1km를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 사회적기업의 경영이란다. 단, 살아남기 위해 우회하는 것인지, 목표를 이탈하는 것인지는 구분해야 한다. 사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이 설립목적을 잊으면 더 이상 사회적기업이 아니다.

◇각자 자기 시장의 1%만 바꿔도 = 함세상의 설립목적은 '자활공동체의 생존과 성장'이다. 2002년 경기도 자활공동체 청소사업단이 '뭉쳐서 살아남자'면서 함세상을 설립했다. 당시 참가자들은 '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주민이 운영하는 자활공동체가 개별의 힘만으로는 시장에서 독자 생존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처음엔 우리 4명(당시 자활 참여자) 일자리 정도야 못 만들겠냐 싶어 청소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자활공동체 간사로 2년, 함세상 창업 후 10년의 세월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 사이 청소사업단 참여자들의 평균 급여는 월 50여만원에서 100만 원으로 올랐다. 월 2회 휴일은 주 2회로 늘었다. 청소 일자리의 복지를 높인 것이다.

"현실은 늘 엄혹하고 냉정했습니다. 우리 수준에 비해 꿈은 늘 저만큼 먼 곳에 있었지요. 한 걸음 겨우 나아가서 다시 바라보면 다른 한계가 보였습니다. 그렇게 10년 지나서 보니 우리가 처음 세운 목표는 이미 달성했더군요. 우리나라 청소시장의 1%는 우리가 새로 만들어냈어요."

대표적인 사업이 '깨끗한 학교 만들기'다. 2006년 함세상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이 사업을 제안한 이래, 6000여 개의 학교 청소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이 대표는 "국내 청소종사자가 50여만 명이니, 1%는 우리가 만든 셈"이라고 자평했다.

그가 세운 다음 목표는 '지역서비스 협동조합'이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니즈에 대응해 청소·돌봄·세차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쪽으로 관점을 바꾸면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자'는 목적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다. 서비스 노하우, 영업 네트워크는 10년 동안 쌓아 놨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휴대전화는 15분마다 울려댔다. 지역 활동가,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 기업인 등 3000여 명의 번호가 입력된 전화기다. 모든 관계 유지엔 에너지가 소모된다.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려면 또 다시 '자기착취'적 삶이 이어질 것이다. 12년 동안 쉬지 못한 그에게 이런 힘을 주는 원천은 뭘까.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힘을 줍니다.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줄테니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준 분들이 있었죠. 그 순간 행복을 느꼈어요. 힘들고 어려운 길이니까 그 행복이 더 달고 맛있는 거 아니겠어요?"

'포기하지 말라'며 이 대표를 돕는 사람들은 이 대표 개인이 아니라 함세상의 꿈에 힘을 실어주려 하는 것일게다. 청년뿐 아니라 노년, 장년층도 88만 원 세대가 되어가는 시대에 '혼자 돈 벌어 많이 쓰는 삶'을 넘어 '다 함께 벌어 다 함께 잘 사는 삶'을 만들어내겠다는 함세상의 꿈 말이다.


[팁]10년 경력 사회적기업가가 말하는 ‘사회적기업 창업의 기초’
'창업이 직업' 88만원 시대의 아이돌


1. 시장조사만 믿지 말고 ‘일단’ 해본다.
사업은 해봐야 한다. 시장조사를 한들 그건 아주 기초적인 자료다. 거기에서만 해답을 찾으면 안 된다. 결국 겪어봐야 시장을 안다.

2. 책임질 수 있는가 가늠한다.
우리가 재무적, 사회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사업인가 따져봐야 한다. 뒷감당이 될 것 같더라도 주변에 폐를 안 끼치는 범위 즉 뒷수습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고려하고 시작해야 한다.

3. 욕심과 필요를 구분한다.
“이렇게 하면 조직(혹은 사업)을 키울 수 있겠다”고 출발하는 건 욕심이다.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게 이것”이라서 출발하는 건 필요에 따르는 것이다. 사회적기업가는 사회적 필요를 잡아낼 줄 알아야 한다.

4. 내 것을 쏟을만한가 고려한다.
순전히 남의 것 즉 정부지원금이나 공모지원금만으로 하려는 사업을 하면 기본적으로 몰입도나 절박함이 떨어진다. 내 돈, 내 인맥 등 내 것을 쏟아 부어야 창업 성공도가 높아진다.

5. 혼자인지, 함께인지 살핀다.
조직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도 나의 인적 자원이 있어야 한다. 소비시장-공급망-인적 자원을 다 갖추고 시작해도 실패할 수 있는 게 사업이다. 새로운 수단을 동원하려면 돈, 채널 등 수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그걸 동원하려면 사람이 중요하다.

6. 목표점으로 가고 있는지 돌아본다.
기업은 언젠가는 생사의 기로와 만난다. 사회적기업도 마찬가지다. 생존을 위해 돌아가더라도 목표로 가는 길 위에 있는지를 늘 돌아봐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우회하는 것인지, 목표에서 이탈하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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