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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안철수, 그리고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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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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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0.1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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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에세이] '확증 편향', '주의력 착각' 등 심리적 함정들 주의해야

박근혜·문재인·안철수, 그리고 고릴라
대통령 선거가 불과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이 3파전으로 전개될지, 2파전으로 압축될지를 놓고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해도 아무데서나 대선 얘기를 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지지후보가 서로 다를 수 있기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논리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옳다, 그르다'와 같은 이성의 영역이 아닌 '좋다, 싫다'와 같은 감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특정후보를 왜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불쌍하잖아"라고 답하고, 왜 지지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냥 싫다"고 답하는 것도 그래서다.

심리학적으로 이 같은 현상을 '속성 바꿔치기'(Attribute Substitution)라고 한다. 이해하거나 기억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한 판단을 요구받을 때 머릿 속에 다른 쉬운 대상을 떠올리고 직관적으로 대답하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 "근의 공식이 뭐지?"라고 물었을 때 "아 몰라, 나 수학 싫어해"라고 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대방이 '근의 공식'에 대해 물었음에도 '수학'에 대해 답을 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거론할 때 후보 본인보다는 그의 '부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언급할 때 그의 '정치적 동지'였던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 더 쉽게 말하면 사람은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떠올리고 싶은 대로 떠올린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하게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의 성향을 심리학 개념으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애써 무시하고,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확증 편향'을 이야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사례가 '코닥'이다. 과거 전세계 필름 시장의 제왕이었던 코닥이 몰락한 이유가 바로 '확증 편향'이었다. 1990년대초 디지털 카메라가 급속히 보급되던 당시 코닥은 계속 필름 사업에만 집중할지,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도 뛰어들지 판단해야 했다.

그러나 코닥은 아예 제대로 된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코닥은 내부적으로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손에 잡히는 필름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물론 그 보고서는 틀렸음이 증명됐다. 코닥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코닥의 몰락에는 봐야할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 '주의력 착각'(illusion of attention)도 한몫했다. '주의력 착각'의 대표적인 사례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다.

지난 1999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건물에서 한가지 실험이 진행됐다. 6명의 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검은색 셔츠를, 다른 한 팀은 흰색 셔츠를 입게 한 뒤 농구공을 패스하게 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흰색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실험의 핵심은 농구 공 패스가 아니었다. 실험이 한창 진해 중일 때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한 학생이 농구 공을 주고받는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나온 뒤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실험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패스 횟수가 몇개였느냐"가 아니라 "고릴라를 봤느냐"였다. 놀랍게도 실험에 참가한 학생 중 약 절반이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학생을 보지 못했다. 아무리 농구 공 패스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약 절반이 이처럼 뜬금없는 상황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참가 학생들 스스로도 믿기 어려워 했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뉴욕 유니언대학 교수와 대니얼 사이먼스 일리노이대 교수는 이 실험으로 '이그(Ig) 노벨상'(괴짜 노벨상)을 수상했다. 현재 이 실험은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사람의 인지능력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실험으로 거론되고 있다.

향후 5년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도 이런 '인지적 함정'들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정치적 동지, 존경받는 벤처사업가 또는 교수로서가 아니라 차기 대통령감으로서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바라보고 판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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