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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회장의 집착과 '매몰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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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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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0.2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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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비즈에세이] 웅진그룹,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 등 '매몰비용의 함정' 사례

윤석금 회장의 집착과 '매몰비용'
여기 한 남자가 있다. 한 여자와 3년째 사귀고 있다. 여자는 아주 예쁘지만 사치가 꽤 심한 편이다. 남자친구에 대한 의존도 심하다. 지금까지 남자가 이 여자에게 사준 명품 가방와 옷, 구두, 각종 보석만 수천만원 어치에 달한다.

남자는 부자가 아니다. 아직 직장 초년병이다. 그동안 월급의 절반 이상을 이 여자에게 쏟아부었다. 거의 파산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여자는 남자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다. 남자 스스로도 이 여자와는 결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에게 이 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결혼은 몰라도 연애하기엔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쏟아부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지금도 둘은 계속 만나고 있다.

이 남자에게 여자는 사랑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남의 연애 사정은 당사자들 말고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지만, 사랑보다는 집착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누구라도 주변에 이런 남자가 있다면 "둘의 관계에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지 않을까?

이런 일은 비단 연애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에 사례에서 남자를 '기업'으로, 여자를 '신규 사업' 등으로 문맥에 맞게 조금씩 바꿔 다시 한번 읽어보면 현재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된다.

최근 법정관리를 선언한 웅진홀딩스가 한가지 사례다. 태양광 사업을 시작하고 극동건설을 인수한 게 패착이었다.

판단 착오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판단이 착오였음을 알았을 때 얼마나 빨리 바로 잡느냐는 것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그게 너무 늦었다. 오랫동안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할 상황으로 이어졌다.

윤 회장과 같은 상황에서 경영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심리학적 오류가 바로 '매몰비용(Sunk Cost)의 함정'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들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하다. 집에 혼자 있다가 배가 고파 자장면 곱배기를 시켰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양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절반 조금 넘게 먹었는데 벌써 배가 부르고 속이 더부룩해졌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내려야 할 가장 '합리적인 판단'은 뭘까? 과감하게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만 먹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에 따라 자장면을 한 젓가락 먹을 때마다 내가 느끼는 행복감은 먹은 양이 늘어날수록 점점 줄어든다. 그러다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지나친 포만감에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한계효용이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이다. 따라서 식사를 중단해 마이너스 한계효용을 없애는 것이 전체 효용, 즉 나의 행복감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배가 부를 때에도 꾸역꾸역 더 먹는 이유는 "남기면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차피 자장면 곱배기 가격으로 5000원을 줬으니 다 먹어야 돈이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매몰비용의 함정'이다. 비합리적인 '집착'이다.

초음속 항공기 '콩코드'(Concorde)도 '매몰비용 함정'에 빠진 사례다. 1962년 영국·프랑스 정부는 초음속 여객기를 공동 개발키로 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뒤 양국 정부는 초음속 여객기가 △막대한 연료를 소모해야 하고 △승객수도 100명 내외로 제한되며 △초음속 비행으로 인한 소음 문제 때문에 항로가 제한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이미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점 등을 고려해 개발을 계속했고 1976년 콩코드의 상업운항을 시작했다. 결국 콩코드는 제작사인 에어버스를 비롯해 운용사 브리티시항공, 에어프랑스 등 모두에게 막대한 손실만을 남긴 채 퇴출됐다.

'매몰비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출이다. 생각해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면 지나간 '매몰비용'은 아예 머릿 속에서 지워야 한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손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 사업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이제와서 포기한단 말야. 그동안 투자한 게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가야지" 만약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적어도 경영자로서 자질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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