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체' 어떻게 흘러들어왔나

머니투데이

이슈팀 정소라 기자

북한 폰트 '옥류체' 자막 ⓒKBS'7080세대' 복고풍 버라이어티 '낭만을 부탁해'

시위 현장에 사용된 '광명납작체' 플래카드 ⓒ온라인 커뮤니티

대통령 선거 재검표를 청원하는 집회에서 '북한 서체(폰트)'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플래카드가 등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8대 대선 부정선거 진상규명 시민모임'은 12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선 수개표'실시를 주장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이 집회 중계장면을 시청하면서 이들 중 몇몇이 들고 있었던 플래카드의 서체가 북한의 '광명납작체'이며 "북한에서만 제공받을 수 있는 서체"라면서 출처 의혹을 제기했다.

'광명납작체'는 주로 북한의 공식 문건 등에서 쓰이는 글씨체로 국내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서체로 알려졌다. 이 서체를 만든 곳은 북한의 '조선콤퓨터센터'로 대남사이버전의 연구센터 역할을 맡는 곳이다.

광명납작체는 광명체의 파생 글꼴 중 하나로 광명체는 김일성 주석이 독립운동 당시 디자인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획이 가늘고 세로획이 굵은 서체로 동아일보에서 사용된 이원모 활자체와 비슷하다. 이원모 활자체는 1933년 동아일보사가 한글 명조서체를 공모한 것으로 일본에서 활자직모를 제작해 온 최초의 한글 명조체 활자다.

광명체는 초기에는 명조체, 천리마체 등으로 불렸다. 이 서체는 제목글과 부제목글, 일부 문장 중에서 특별하게 강조하고 싶을 때 사용되며 선명하고 뚜렷해 인쇄시 편리하게 편집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 누리꾼은 '북한 PICS 폰트'라고 불리는 서체들을 대북관계가 악화되기 이전에는 정식으로 구매가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북한 폰트(서체)가 70~80년대의 복고스러운 느낌을 줘 한 때 유행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미 한차례 공영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북한폰트 자막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지만 프로그램 성격에 맞는 '복고풍'의 느낌 때문에 사용된 것이지 북한 폰트인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북한폰트는 최근에는 인디그룹들의 공연포스터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