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실패해도 안 잘리는 회사…어디?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열심히 살아도 실패하는 사회
-실패의 이점(benefits of failure)
-실패자=창조자, 그런 시대가 오려면

# “(대학졸업 후) 열심히 살다보면, 여러분의 삶은 실패할 겁니다.(If you're living your life to the fullest, you will fail)”


오바마(Obama) 美대통령이 2013년 5월 오하이오 주립대학 졸업식에서 1만명이 넘는 졸업생에게 연설한 졸업축사(?)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장애물에 걸려) 비틀거리고 큰 실수로 일을 망치고 또 쓰러질 것”이란 덕담(?)까지 덧붙였다.

# “(대학졸업 후) 겨우 7년 만에 제 삶은 어느모로 보나 대단히 실패한 삶이었습니다. 결혼생활은 얼마 못 가 파탄났고, 직장을 잃고 실업자로서 자식을 키우는 처지가 됐습니다. 노숙자 신분만 면했지 영국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됐습니다.”

환타지 소설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Rolling)이 2008년 6월 미국의 하버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밝힌 자신의 실패담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 자체가 그 어떤 사람의 삶보다 실패한 삶이었다 (by every usual standard, I was the biggest failure I knew)”고 고백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과 이 시대 최고의 작가는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학졸업생들에게 ‘성공’의 화려함 대신 ‘실패’의 공포를 얘기했다.

오바마가 대학 졸업축사에서 실패를 언급한 이유는 청년들에게 헛된 꿈에서 깨어 빨리 사회의 차가운 현실을 일깨우려고 한 데 있지 않았다. 대신 청년들에게 누구든 실패를 하게 되는데 포기나 좌절하지 말고 다시 도전할 것을 권고하기 위해서이다.

롤링이 세계 최고의 인재들만 입학한다는 하버드 대학에서, 실패보다 성공에 더 익숙한 (어쩌면 실패란 걸 모르는) 하버드 졸업생들에게, 실패로 점철된 자신의 비참했던 젊은 날을 공개한 이유는 성공에선 도저히 깨달을 수 없는 귀중한 교훈을 실패속에서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을 말해주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이를 '실패의 이점'(benefits of failure)이라 회고했다.

영국의 발명가 다이슨(Dyson)은 무려 5천번 넘는 실패를 거듭한 뒤에야 겨우 원하던 진공청소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그는 1979년부터 1984년까지 5년간 5,127개에 달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현재 다이슨 청소기는 기존 진공청소기와는 완전히 다른 흡입방식을 갖춘 세계 최고의 청소기로 평가받고 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은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6번이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그가 던진 공은 1만5000번 이상 골대에 들어가지 못했다. 16년간 프로선수로 활약했으니, 한 시즌에만 900개가 넘는 미스샷을 던진 셈이다. 그는 1984년 프로 드래프트 때에도 겨우 세 번째에 지명받은 선수였다.

다이슨과 조던은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기나 좌절하지 않고 마침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현실 사회에서 사람들은 거듭된 실패를 언제까지고 용납해 주지 않는다. 실제로 한번의 실패이후 주위로부터 더이상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미국 USC 대학의 마케팅 교수인 제라드 텔리스(Gerard Tellis) 교수는 최근 저서 『중단없는 혁신(Unrelenting Innovation)』에서 기업은 일반적으로 성공한 자만 주목한다며, 실패자와 성공한 자를 놓고 누구를 고를까 고민하는 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한번 실패하면, 바로 해고당하는 게 기업의 현실이다.

실제로 2012년 세계 최고의 IT기업인 애플은 그동안 심혈을 기울인 애플 지도(Apple map) 개발이 실패로 판명나자, 최고책임자를 해임시켜 버렸다. 그러나 텔리스는 교수는 "한번의 실수가 뭐 그리 중요하나?"라며 애플이 실패를 쉽게 용납하지 못하는 풍토에 놓여 있다고 한탄했다.

반면 세계 최고의 인터넷 검색엔진인 구글은 오히려 다음과 같이 실패를 적극 격려하고 있다며 실패는 혁신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빨리 실패하라. 그리고 자주 실패하라. 그리고 다시 시작하라. 실패에서 배워라.” (Fail early, fail often and move on. Learn from failure.)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 사회는 실패자=창조자가 가능한 그런 사회여야 한다. 창조는 단 한번만에 성취되지 않으며 수많은 실패를 거친 뒤에야 비로서 얻어진다. 따라서 창조경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실패를 용인해 주는 사회가 선행돼야 한다.

초부유층을 조사하는 리서치 회사인 웰스-엑스(Wealth-X)의 CEO인 미콜라스 램버스(Mykolas Rambus)는 “아시아 국가의 청년들 사이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청년들의 창업 시도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미국의 경우 실패의 대가는 교훈이지만, 아시아 국가에서는 실패자라는 영구낙인이다”고 지적한다.

창조경제 시대에 맞춰 과학과 기술을 전공한 석·박사를 아무리 많이 배출하면 뭐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창업가가 많지 않으면 한국에 창조경제 사회가 열리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