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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주도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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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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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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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에세이]대사관 인턴직원 성추행 의혹, 또 하나의 '갑'질은 아닌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주도 9단'?
# 윤창중(57)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을 수행하다 전격 경질되며 직함 앞에 '전'자를 달게 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숙소 인근의 한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다 주미 대사관 인턴 여직원의 신체를 만졌다는 성추행 의혹 때문이다.

대통령이 태평양을 건너간 건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응해 강대국 미국과 손발을 맞추자고 한 것일 터. 그런데 '대통령의 입'이라는 사람은 딸 연배에 불과한 처음 보는 20대 아가씨 엉덩이에 손을 맞추는 '원정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국제 망신을 자초했다. 아프리카 독재국가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대통령이 창조경제 하자고 했더니 별 엉뚱한 것까지 다 창조적으로 해댄다. 정상외교 수행을 간 고위공직자가 왜 호텔 바에까지 가서 술을 마셨을까. 그것도 이 엄중한 시절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도시에서 말이다. 정 컬컬하면 숙소에서 맥주 한 두 캔으로 피로나 풀 일이지. 윤 전 대변인은 술을 얼마나 좋아했던 걸까.

#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술을 정말 사랑했다고 한다. 하여 주도에 9급부터 9단까지 18단계 품계를 만들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9급은 '부주'(不酒)다. 술을 아주 못 마시지는 않으나 안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다. 8급은 '외주'(畏酒)라 했다.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을 말한다. 7급은 '민주'(憫酒)인데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겁내는 사람을 칭한다.

6급 '은주'(隱酒)와 5급 '상주'(商酒) 는 좀 치사하고 '찌질'해 보인다. 은주는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며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서 홀로 숨어 마시는 걸 말하며, 상주는 술을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지만 무슨 잇속이 있어야만 술값을 내는 이를 비꼰다.

4급도 좀 '거시기'하다. 성생활을 위해서 술을 마시는 '색주'(色酒)다.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건 '수주'(睡酒)다. 3급에 해당한다. 밥 맛 돋구기 위해 술 마시는 '반주'(飯酒)가 2급으로 의외로 주도의 높은 단계다. 1급은 '학주'(學酒)다. 술의 진경(珍景)을 배우면서 마시는 사람이다. 여기까지 오면 겨우 '주졸(酒卒)'에 해당한다.

좀 애매하다. 윤 전 대변인에게 딱 해당하는 단계가 보이지 않는다. 의혹 내용과 굳이 억지로 맞춰보자면 색주 정도일 텐데, 천하의 청와대에서 대변인까지 한 분이 겨우 4급일 리가 없다. 더 위 단계를 살펴보자.

# 1단은 애주(愛酒)다. 술을 취미로 맛보는 이다. 2단은 기주(嗜酒). 술의 참맛에 반하는 단계다. 1급이 술의 진경을 배우는 단계라면 3단은 '탐주'(耽酒)로 술의 진경을 터득하는 수준이다. 4단 '폭주'(暴酒)는 '주광'(酒狂)이라고도 한다. 주도에 막 들어서는 단계다. 5단 '장주'(長酒)는 주도의 삼매경에 에 든 사람으로 '주선'(酒仙)이라고 부른다.

6단 '석주'(惜酒)는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단계이고, 7단 '낙주'(樂酒)는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 유유자적 하는 수준이다. 좀 여유가 있어 보인다. 8단부턴 좀 슬프다. '관주'(關酒). 술을 보고 즐거워 하지만 이미 마실 수 없게 된 사람을 말한다.

그럼 최고 높은 단계인 9단은. '폐주'(廢酒)라고 한다. 술로 인해 다른 세상으로 떠나게 된 이다. '열반주(涅槃酒)'라고도 한다. 이렇게 쭉 살펴보니 윤 전 대변인은 주도 18단계 가운데 최고인 9단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술로 인해 자신의 일터를 떠나게 됐고, 정치적 생명이 완전히 '열반'(?)에 이르게 됐으니 말이다.

모두들 '술이 웬수'라고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술 자체에는 선악의 개념이 없다. 돈에 선악이 없는 것처럼. 돈의 선악이 돈을 가진 사람의 정신에 따라 갈리듯, 술 역시 술 먹는 사람의 정신 상태에 따라 그 가치와 효용이 달라진다. 술이 원수가 아니라 진짜 원수는 절제하고 삼가 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자나 깨나 술 조심'은 해야 하겠다.

# 사족.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요즘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또 하나의 '갑'질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친다. 고위 관료인 그가 대사관 인턴 직원을 힘없는 '을'로 보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본 건 아닌지.

들판의 이름 없는 꽃도 함부로 꺾지 않는 법이다. 하물며 사람은 말해 뭣하겠나. 유명하든 안 하든, 힘과 지위가 있든 없든,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어느 누구라도 남에게 함부로 굴 권리는 가진 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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