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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면 노벨평화상감' 텐트가 사람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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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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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2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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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디자이너열전]<26> 김민욱 바이맘 대표와 직원들

[편집자주]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설계사들이 있다. 이들은 불평등·환경훼손·인권침해·동물학대 같은 사회 문제를 사회적기업·협동조합·비영리단체·기업의 사회적책임 같은 활동을 통해 해소하자고 나선다. 사회를 바꾸는 아이디어의 실행자,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들을 머니투데이가 소개한다.
- 에너지빈곤 퇴치 목적 소셜벤처...세계 최초 방한 겸 보냉 텐트 개발 중
- 개성만점 '8인의 외인구단'...해병대 하사부터 새터민까지 직원들 똘똘 뭉쳐
- 김민욱 대표, 20대 때 가족 부양에 생코피 "그 시절이 자양분 됐다"


↑5월 초 국내 최대 스타트업 및 테크 컨퍼런스 '비런치 2013(beLAUNCH 2013)'에 참가한 바이맘. 맨 오른쪽부터 김민욱 대표, 이소사 씨, 장진권 전략기획본부장, 장석훈 전략기획팀장. ⓒ구혜정 기자 photonine@ <br />
↑5월 초 국내 최대 스타트업 및 테크 컨퍼런스 '비런치 2013(beLAUNCH 2013)'에 참가한 바이맘. 맨 오른쪽부터 김민욱 대표, 이소사 씨, 장진권 전략기획본부장, 장석훈 전략기획팀장. ⓒ구혜정 기자 photonine@


영하 15도의 이상한파가 왔던 지난 2월, 방은 냉골이었다. 80대의 할아버지는 그 방바닥에 등을 대고 사나흘 동안 누워 있었다고 했다. 밥도, 약도 먹지 못한 채. 기력이 없어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바이맘 직원들은 급히 방한 텐트를 쳤다. 응급식을 가져왔다. 할아버지의 손에 온기가 돌아왔다. 직원들이 표본조사 차 그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할아버지는 어찌 되었을까.

개발자들끼리 '만들면 노벨평화상 감'이라고 말하는 텐트가 있다. 농담이지만 그럴 듯하다. 이 팀이 개발하고 있는 건 더위와 추위를 동시에 막아주는 텐트다. 기후 급변이 몰고 온 이상한파, 이상고온은 저개발국뿐 아니라 개발국 저소득층까지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올해 3월 'H-온드림 오디션'에서 런칭 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열린 제1회 정주영 창업대회에선 4위에 입상했다. 부산의 예비 사회적기업 ㈜바이맘이 그 주인공이다.

◇1만2000원어치 전력으로 여름 나게=김민욱 바이맘 대표(36)는 “3년 내 방한 겸 보냉 텐트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원리는 스티로폼 박스와 비슷하다. 열을 뺏기지 않는 텐트는 냉기도 뺏기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방한용으로 실내용 외풍 차단 텐트 '마미룸'을 개발하는 데까진 성공했다. 이 텐트는 4도 안팎 보온효과를 냈다. 전기장판을 켜면 보온효과가 10도까지 올라갔다. 반응은 좋았다. 텐트는 개발 단계에 벌써 1억 원 가까이 팔렸다. 올해 판매 목표는 7억 원이다.

R&D 단계라 아직 이윤 창출은 요원한 터. 그런데도 바이맘은 지난해 1000만 원어치 정도의 제품을 기부했다. 바이맘 텐트의 소문을 들은 부산의 사회복지사, 대전시 공무원이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돈 버는 게 목적인 업체였다면, 아직 대중 시판도 시작하지 않은 제품을 빈곤가구에 내놓진 않았을 것이다. 이 기업은 ‘에너지 빈곤 퇴치’가 목적인 소셜 벤처다. 소셜 벤처란, 경영과 기술의 힘으로 사회 문제를 해소하는 벤처기업을 뜻한다.

이 업체가 방한 텐트 개발에 성공하고도 보냉 기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에너지 빈곤 문제는 겨울에도 있지만 여름에도 있다”며 “보냉 텐트의 목표는 월 1만2000원어치 전력으로 시원하게 지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 겸 보냉 텐트를 만들어 빈곤가구에 확산하고 싶어요. 우리 제품은 반영구적입니다. 빈곤가구에 연탄만 지원하는 데엔 한계가 있어요. 기름보일러를 쓰는 빈곤층은 지원을 받지 못하죠. 여름 더위는 어쩝니까. 에너지의 사용을 지원하는 것보다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높여주는 게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입니다.”

멋진 목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바이맘을 설립하기 전, 그는 금융맨이었다. 기업신용평가기관 한국기업데이터를 다녔다. 기업평가 관련 정부, 지자체,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게 그의 주업무였다.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특허기술은 멕시코에서 개발된 아기용 보냉 요람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어떻게 개발 성공을 자신하는 걸까.

↑김민욱 바이맘 대표. ⓒ 구혜정 기자 photonine@ <br />
↑김민욱 바이맘 대표. ⓒ 구혜정 기자 photonine@
◇"우리 팀은 공포의 외인구단...승리할 것"=김 대표는 “우리 직원들 얘기를 해도 되냐”며 입을 열었다.

장진권 전략기획본부장(37)는 전공 분야가 에어컨이다. 부산공대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동일고무벨트 혁신팀에서 기술개발과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담당하다가 바이맘 설립멤버로 참여했다.

숨은 인재도 있다. 김 대표의 어머니, 최덕희 씨(63)다. 그는 방한텐트 '마미룸' 원형을 개발한 주역이자 온갖 아이디어의 발상지다.

최 씨는 낡은 집에 사는 딸이 난방비 아끼겠다고 바들바들 떨며 지내는 걸 보고는 부산진시장에서 누빔 이불 원단을 사와 모기장 모양의 외풍 차단막을 만들었다. 꽤 따뜻했다. 이게 바이맘 창업의 계기가 됐다. '바이맘'(By Mom)'이란 회사 이름엔 엄마에 의해 탄생한 아이디어, 엄마의 마음을 담은 제품'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김 대표가 자랑하는 다른 인재는 20대 청년들이다. 이소사 씨(20)는 “통일되면 바이맘 북한지부장 감”이란다. 새터민인 이 씨는 회사에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까지 일하는 회사형 인간이다. 강희국 씨(20)는 포장 담당인데 작업속도가 다른 이보다 세 배 정도 빠르다. 강 씨는 정신지체 3급, 자폐증이 있다.

디자이너 오지원 씨(31)는 한국보다 추운 몽골에서 3년 동안 자원봉사 하면서 살아본 경험이 있어 방한 텐트 디자이너로 최적합자다. 해병대 하사 출신의 장석훈 전략기획팀장(33)을 비롯한 직원 8명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단다.

“직원들이 퇴근을 안 해요. 우리 회사에서는 제가 제일 먼저 퇴근해요. 9시쯤? 우리 직원들이 척 보면 ‘공포의 외인구단’ 느낌인데, 우승할 것 같아요. 하하.”

현재 논의하고 있는 투자 유치 건이 마무리되면 그는 박사급 개발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창업 1년의 적자기업이지만 인재 영입 걱정은 없다. 월급 없어도 일하고 싶다고 찾아온 공학박사도 있었다. 4월초 냈던 직원 모집 공고엔 50여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5대 1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던 20대, 지금의 자양분=좋은 제품을 개발한 후, 김 대표의 다음 목표는 북한 에너지 문제의 해소다. 그는 “통일이 우리 세대 안에 된다고 본다”며 “북한 주민이 느낄 수 있는 자본주의의 충격, 에너지 부족 같은 문제를 사회적기업이 완화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꿈을 품게 된 건 교회에서 만난 새터민 청년들 때문이었다. 그가 보기에 새터민 청년들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과 다름없이, 혹은 그 이상으로 열정이 넘쳤다. 뭔가에 청춘을 걸고 인생을 올인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기회가 없었다. 부산에서 새터민 청년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개가 비정규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새터민 청년들이 공산주의국가에서 자라 자본주의 경쟁에서 뒤쳐진다고 보는데, 제가 만난 친구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한국에 사는 새터민이 2만5000명이 넘는다고 해요. 우리 안에서 통합 이뤄야 해요. 우리 회사가 커가면서 더 고용하고 싶어요. 중간리더로 키우고 싶어요.”

뽀얗고 흰 얼굴,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잘 자란 듯한 외모의 그가 새터민과 북한, 가난한 집 어려움에 관심을 지니게 된 계기는 뭘까.

20대 초반에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다. 아버지는 뇌종양, 어머니는 유방암, 할아버지는 90세의 노령으로 가족 중 세명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일찍 결혼한 누나도 돕기엔 어려운 처지였다.

그때 그는 새벽5시엔 전단지를 돌리고 아침 9시부터 6시까지는 한 업체에서 마케팅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밤 1시까지는 중고등학교 언어사회 영역을 가르쳤다. 자다가 생코피가 터졌다.

“이렇게 3년을 보냈더니, 세상에 힘든 일이 없어요. 그땐 원망도 했던 것 같아요. 그냥 견뎠어요. 굳은 의지로 이겨냈다기보다는 책임감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지금의 제겐 그 시절이 자양분이에요.”

그는 “내가 그렇게 살았기에, 새터민 청년들한테 ‘지금이 끝이 아니다, 고생 한번 해봐라, 그게 나중엔 도움이 된다’고 말해도 통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 청년들한텐 그가 마음의 '방한텐트'겠다.

↑김민욱 바이맘 대표(오른쪽)가 부산 동구의 한 저소득가구에 실내용 방한텐트를 설치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바이맘은 지난해 1000여만 원 상당의 방한텐트를 부산, 대전의 저소득가구에 기증했다.ⓒ바이맘
↑김민욱 바이맘 대표(오른쪽)가 부산 동구의 한 저소득가구에 실내용 방한텐트를 설치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바이맘은 지난해 1000여만 원 상당의 방한텐트를 부산, 대전의 저소득가구에 기증했다.ⓒ바이맘


[팁 박스]에너지빈곤층이 더 덥고 더 추운 이유

가난한 사람한테 굶주림 못잖게 무서운 게 더위와 추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저소득국가 사망 원인 1위가 호흡기 질환이라고 보고한다. 전력 등 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선 나무와 저질석탄으로 난방하고 조리하다가 실내 공기가 오염된다.

전력과 가스 공급망이 발달한 한국에서도 저소득층은 에너지 빈곤을 겪는다. 가스보일러나 전기제품을 쓸 형편이 못 되는 탓이다.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연탄, 석유 사용률은 각각 5%, 20.1%로 200만~300만 원 이상 가구의 2배를 넘는다. 2011년 에너지총조사보고서 통계다.

이 때문에 이상한파나 이상고온이 오면 저소득층은 다른 이들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 몸의 건강뿐 아니라 가계경제도 타격이 온다. 소득 1만 원당 에너지소비지출비용을 나타내는 에너지소비지수는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가 500만~600만 소득 가구의 5배가 넘는다.

김민욱 바이맘 대표는 "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구입비에 쓰는 에너지 빈곤층이 국내에 130만 가구로 추산되고 있다"며 "이들이 좀 더 싸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사회공헌 파트가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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