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을 절호의 찬스··· 이 책 어때요?

황금의 설 연휴 동안 여 빌, 저 빌 돌아다니지 않고 '방콕' 하실 분들이라면 지금껏 벼르기만 했지 막상 읽지는 못했던 책, 맘먹고 도전해 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설 연휴 동안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 보겠습니다.

◆'레미제라블'


지난 해 '민음사'가 원로 불문학자 정기수 교수의 완역을 5권 전집으로 새롭게 펴낸 빅토르 위고 원작 소설 '레미제라블'입니다. 40대 이상 어른들에게는 '장발장'이란 책 제목이 더 낯익기도 합니다. 레미제라블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긴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150년 전 프랑스의 '비참한 사람들'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이유가 무엇일지, 모두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개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영화를 봤으니 책을 따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문장 한 줄 한 줄에서 퍼 올리는 역사, 인간, 철학적 사유의 폭과 깊이는 영화나 뮤지컬을 보고 느끼는 감동과는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이번 설 연휴에 이 책을 읽겠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시가 있는 밥상'


경상도 남해에서 슬슬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던 오인태 시인이 드디어 서울까지 북상하면서 가지고 온 신간 '시가 있는 밥상'(인사이트북스 출판)은 그의 시와 산문과 소박한 밥상이 함께 합니다. 옛 시절의 고풍스런 밥상은 다리가 대부분 네 개로 보이는데 모양은 사각, 육각으로 다양합니다. 개다리소반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그 밥상 위에 시인이 재료를 밝히면서 직접 차린 정갈한 친 서민, 전통 먹거리 사진이 음식 푸짐한 설과 딱 어울립니다. 그리고 그 밥상을 껴안는 시인의 시와 수필이 함께 합니다. '시(詩)는 어렵다'는 일반적 고정관념과 달리 오인태 시인의 시는 쉽고, 익숙하고, 때로는 웃기기까지 합니다. 정갈한 밥상, 유쾌한 시가 주는 '담백한 식욕'은 설에 과식할 일까지 없애 줄 것입니다.

◆'역사평설 병자호란'

'푸른역사'에서 출판한 '역사평설 병자호란'은 역사학자이면서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한명기 교수의 역작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관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항복문서를 찢는 김상헌도 충신, 그것을 다시 합치는 최명길도 충신'이라는 말이 있는데 과연 둘 다 충신일까요?

요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사실적 오류' 이전에 같은 사건을 바라다보는 역사적 입장이 서로 다른 것이 원인입니다. '역사평설 병자호란'은 그 당시 조선의 총체적 실상의 딱딱한 역사서술이 아니라 디테일 한 '중개방송'입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전쟁의 전략전술, 외교술, 에피소드들이 마치 한 편의 무협지를 읽는 듯 흥미진진하게 넘어갑니다.

◆'칼의노래'

짧고, 박력 있으면서 유려한 문장가 김훈 작가의 소설 '칼의노래'가 있습니다. '문학동네'에 펴낸 이 책 또한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의 원작입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이 책을 베껴 쓰는 것으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김훈 작가의 문장들이 정말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명장 이순신 장군과 대작가 김훈의 감상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명저 '난중일기'는 역사가의 연구 목적이 아닌 일반적 독서의 대상으로는 그다지 적당하지 않습니다. 무장으로서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는 그날그날의 짧은 일기 형식이지 '23전 23승'에 대한 생생한 현장 기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칼의노래' 밑바닥 콘텐츠가 바로 '난중일기'입니다. 고로 두 권의 명저를 한꺼번에 읽을 좋은 기회인 셈입니다.

◆그 밖의 책들'

이 밖에도 권해드리고 싶은 책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정통 고전 한 권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분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권합니다. 정치학적 관점에서 이 책은 지금도 스테디셀러이므로 더 말 할 것 없지만 메디치 정권으로부터 버림받은 마키아벨리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재기를 위해 곱씹는 대목 대목에서 '인생의 진한 수'를 배울 수 있습니다.

따뜻한 방에 배 깔고 누워 좀 가볍게 읽을 책이라면 소설가 성석제의 최근 소설집 '이 인간이 정말'을 포함해 아주 오래 전 작품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까지 그의 소설들을 섭렵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의 소설은 대체적으로 가볍고, 재미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중년을 넘길수록 그의 '구라'가 훨씬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자기계발을 겸해 새롭게 마음을 다져볼 생각인 분께는 제목만으로도 일단 기분이 좋아지는 신간, 일본인 뇌 과학자 나카노 노부코의 '뛰는 놈, 나는 놈 위에 운 좋은 놈 있다'(엔트리 출판사)가, 늙음에 대한 차분한 성찰을 원하시면 역시 일본인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신간 '후회 없는 삶, 아름다운 나이 듦'(리수 출판사)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대작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나 대한민국 '삼대 구라' 중 한 사람이라는 유홍준 박사의 대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천 년의 로마부터 우리나라 구석구석, 일본의 문화유산'까지 두루두루 여행을 다녀오시는 것도 소득이 무척 큰 설 연휴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