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10만명 응시 '삼성고시' 시험현장 가보니

13일 오전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 고사장이 마련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 수험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13일 오전 삼성그룹의 상반기 대졸 공채 2차전형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고사장은 마치 대입 수학능력시험 고사장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전국 85개 고사장 중 한 곳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사범대학부속중·고등학교에는 이른 아침부터 지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인근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부터 고사장까지 가는 길은 긴 행렬이 펼쳐졌다.


이번 공채에서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 18개 계열사가 선발할 인원은 4000~5000명이지만 지원자는 10만명. SSAT가 치열한 '삼성 취업' 문을 뚫기 위한 첫 관문인만큼 지원자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입실 시간은 오전 8시30분이지만 1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고사장을 찾는 지원자가 많았다. 한 지원자는 "지난해에 SSAT를 볼 때 입실 시간이 임박해 고사장에 도착했던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며 "올해는 기필코 합격하기 위해 서둘렀다"고 말했다.

입실 시간을 10분 남겨두고는 지원자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고사장에 입실하는 순간까지 책을 보며 시험 대비를 하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 영업마케팅에 지원한 박가나씨(23)는 "시험을 1주일 앞두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준비했다"며 "시험은 처음 보는데 한자나 역사 쪽은 단기간에 익히기가 어려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의 시험 대비 방법은 다양했다. 김준수씨(29)는 "SSAT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 1주일간 특별 강의 학원도 다니며 열심히 준비했다"며 "꼭 합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 응시생들이 13일 오전 고사장이 마련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지원자들은 삼성이 올해 상반기부터 서류전형을 도입하고 '대학총장추천제'와 '찾아가는 열린 채용'을 실시하려던 계획이 백지화된 부분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혼란스러웠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기업의 결정이니 취업준비생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SSAT에 재도전한다는 박모씨(28)는 "공채 방식을 바꾼다고 했다가 다시 무산되면서 혼란스러웠다"며 "더구나 SSAT 과목도 바뀌면서 그 동안 공부했던 게 무용지물이 될까 걱정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반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직에 지원한 김진희씨(27)는 "기업의 공채방식이 바뀌는 것은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며 "인성에 중점을 주고 일관성 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입실을 끝낸 단대부고 제3고사장에는 긴장감이 넘쳤다. 수험생들은 초초한 모습으로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시험 시작을 기다렸다.

이날 수험생들이 응시하는 과목은 △언어 △수리 △추리 △상식 △시각적사고 등 5가지다. 총 160개 문제를 140분 안에 풀어야 한다. 직전 시험 175문항에 비해 문제 수는 줄었지만 단순 암기식 문제보다는 꼽씹어봐야 하는 문항 비중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삼성은 이날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국내 5개 지역과 미국 뉴욕, LA, 캐나다 토론토 등 해외 3개 지역에서 SSAT를 실시했다. SSAT에서 최종 채용 인원의 2~3배수를 뽑아 5월 면접을 실시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달 말 삼성그룹 채용 홈페이지 '삼성커리어스'(//www.samsungcareers.com)에서 SSAT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추후 면접까지 모두 통과한 지원자들은 6월 건강검진 후 최종 입사를 확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