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반올림, 2시간 교섭 끝 고소 취하 등 3가지 합의

28일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소회의실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들(오른쪽)과 반올림 측(왼쪽)이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 테이블에 앉아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와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28일 교섭을 갖고 고소 취하 등 3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은 이날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3층 소회의실에서 반올림 측과 교섭을 진행한 뒤 취재진에게 3가지 합의사항을 밝혔다.


이 사장은 "먼저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등 3가지 의제에 대해 성실하게 대화하기로 했다"며 "또 삼성전자가 제기한 고소 건에 대해선 이른 시일 내 해결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협의 일정은 다음 달 중 실무자들이 협의해 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교섭 취지에 대해 이 사장은 "발병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자는 취지에서 이른 시일 내 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본격 대화에 앞서 가족들에게 먼저 직접 사과했다고 했다. 그는 "그 동안 가족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오랜 시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지난 14일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도 사과한 바 있다"며 "오늘 가족들 앞에서 다시 한 번 사과 말씀들 드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가 2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3층 소회의실에서 삼성전자와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이날 양측은 직업병 문제로 항의나 집회를 했던 가족이나 활동가들에 대한 삼성전자 측의 고소 취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사장은 "협상 진전을 위해 서로에 대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취지에서 고소 문제를 이른 시일 내 해결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재 조정기구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사장은 "우리는 중재 조정기구 구성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며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는 것이 가족들을 위한 길이고, 중재 조정기구가 협상 타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장은 "가족들과 반올림 측에선 양측이 대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해서 일단 그렇게 대화하다가 대화가 벽에 부딪치면 중재 조정기구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반올림 측 교섭단 간사인 공유정옥씨는 "3차 교섭부터는 우리가 요구한 내용에 대해 양측이 직접 내실 있게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종전에 있었던 논란 대신 요구안 내용을 진전시켜 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앞으로 가족 및 반올림과의 대화를 전향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대표단을 새롭게 구성했다는 점을 알렸다. 이 사장은 "이른 시일 내 모든 문제가 잘 해결돼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는 이날 교섭과 관련해 "이 사장이 교섭에 들어온 뒤 다른 때보다는 상당히 진도가 있었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씨는 "교섭 내내 (이 사장이)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부분은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협상에는 황씨와 이종란 노무사를 비롯한 반올림 관계자가 참석했고 삼성전자에선 이 사장과 인사, 법무팀 관계자가 들어갔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동안 대화를 나눴다.

양측은 다음 달 중 실무자가 협의해서 추후 교섭 일정을 정하기로도 합의했다. 양측의 만남은 지난해 12월 1차 본협상 후 5개월간 중단됐다가 지난 14일 권 부회장의 공식 사과로 재개됐다.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반올림과의 협상을 위해 2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3층 소회의실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