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은 바이오를 좋아해'...바이오 투자, ICT 앞질러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벤처캐피탈의 바이오·의료 투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켐바이오 (69,900원 ▲1,200 +1.75%)나 내츄럴엔도텍 (2,465원 ▼55 -2.18%) 등 바이오기업 투자로 '잭팟'을 터뜨린 벤처캐피탈의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최선호 업종으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4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6월말) 기준 벤처캐피탈의 업종별 투자 현황을 보면 바이오·의료는 1128억원으로 전체(6658억원)의 17.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바이오·의료의 투자액 572억원(9.2% 차지)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올 벤처캐피탈의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규모는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상반기 투자 실적은 이미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실적(1463억원)에 근접했다.

바이오·의료는 그동안 벤처캐피탈 업계의 전통적 투자 업종인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을 제치고 최선호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올 상반기 ICT 제조업종의 벤처캐피탈 투자금액은 900억원으로 전체의 13.5%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32억원(24.8%)에 비해 금액 기준으로 41% 감소한 규모다. 벤처캐피탈의 ICT 제조업종 투자 비중은 2005년 29.2%를 기록한 후 감소세를 보였고 올 들어선 바이오·의료 분야에 1위 자리마저 내줬다.

이처럼 벤처캐피탈의 업종 손바뀜이 일어난 배경은 최근 바이오·의료업체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내면서다. SL인베스트먼트는 2011년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제 개발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의 전환사채(CB) 10억원을 투자한 후 지난해 IPO에 성공하자 230억원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 기준 280%에 달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바이오기업 아미코젠 (7,210원 ▼180 -2.44%)에 10억원을 투자했던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지난해 해당 업체의 코스닥시장 입성으로 57억원 가량의 이익을 거뒀고 지난해 IPO를 통해 벤처캐피탈업체에 큰 수확을 안긴 레고켐바이오 (69,900원 ▲1,200 +1.75%)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KB인베스트먼트에서 상장 이후 추가 투자에 나서고 있다.

벤처캐피탈 고위 관계자는 "바이오 의료산업에 대한 관심은 전부터 많았는데 최근 성공한 기업들이 속속 나오면서 투자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라며 "ICT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탈의 관심이 전보다 소홀해졌다기보다 상대적으로 바이오를 비롯해 영상공연음반, 게임업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업종별 분산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