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여성들이 "안돼요"라고 말 못하는 이유?

"김대리, 오늘 저녁 회식할거니까 빠지지 말고 참석해!" 어제도 회사사람들과 술자리 때문에 많이 늦었는데 오늘 또 남자 부장이 갑자기 회식을 하자고 한다. 술을 못 마시는 여자 김대리는 회식자리가 너무 괴롭다. 회식자리에서 은근히 벌어지는 성희롱도 참기가 어렵다.

"부장님, 죄송하지만 저는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오늘은 참석이 어렵습니다." 남자 이대리는 회식에 참석하기 어렵다며 황급히 퇴근을 한다.


퇴근 후에 왜 원하지 않는 술을 마시러 가는가? MT나 워크샵에 가서 동료들과 즐겁지도 않으면서 왜 밤새 깨어 있는가?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난 이제 그만 자러 갈래. 너희들끼리 재미있게 놀아"라는 말을 쉽게 할 뿐 아니라 거기에 대해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도 않는다. 남자들의 그런 말에는 전혀 개인적인 감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상대방 남자 역시 "내일 보자!"는 그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여자들은 남이 아닌 자신을 생각하는 게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믿음을 갖게끔 길들여졌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 여성들은 가고 싶지 않은 술자리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하는 수 없이 참석하고, 술을 마시지도 못하면서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괴로워한다.


남녀에게 각자 자신의 삶에서 맡은 역할들을 찾아 표현해보라고 하면, 여자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자신의 역할들을 모두 찾아내고 그것을 타인에 대한 책임으로서 표현한다. 딸로서, 누이로서, 여자 친구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또는 직원으로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여자들이 가장 크게 간과하는 역할은 '자기자신'에 관한 부분이다.

무엇이든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온전하고 최고의 상태일 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면, 승무원들은 비상상황을 대비하여 산소마스크 착용법을 알려주는데, 반드시 어른들이 먼저 마스크를 착용한 후에 아이들을 챙기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신경쓰기 전에 자기자신부터 돌볼 줄 알아야 한다.

남자들은 자기 삶의 역할과 책임들을 스스로에게 규정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예를 들면, 남자들은 "선약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 선약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밝히지 않는다. 진짜로 선약이 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남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에 대해 해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이만 가봐야겠어", "내일 아침에 알아 볼게", "다음 주까지는 그 일을 끝낼 수 없어"라고 간단히 말 할뿐이다.

그런데 여자들은 관계 중심적 사고방식에 익숙해 져서인지, 책임감 때문인지, 걱정 때문인지, 혹은 죄책감 때문인지, 자신의 말을 해명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낀다. 자신이 왜 지금 떠나야 하는지, 왜 내일 아침까지는 그 일을 알아볼 수 없는지, 왜 다음주까지 일을 마칠 수 없는지 자세히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그저 간단하게 자신의 목적을 선언하는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일일이 정당화하려 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단지 변명과 자신감이 결여된 존재로만 비춰질 뿐이다.

늘 다른 사람들의 욕구를 먼저 생각하고, "안돼", "나중에"라는 말을 하지 못하며,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타인과의 유대감이나 죄책감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행동들을 하고 있다면, 분명 '성공하지 못하고 중간에 좌절하게' 될 것이다. 죄책감은 스트레스를 키운다.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질수록, 남들을 위해 해줘야 할 일들의 리스트는 끝도 없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여자들은 그 '리스트 맨 밑'에 자신을 적어 넣을 것이다.

관계를 형성하려면 반드시 서로 공감하고, 시간과 관심을 쏟고, 그 보답으로 비슷한 관심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자신을 돌보는 훈련'을 받은 여성들은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더 충분히 생각하게 되는 효과를 경험한다. 또한 자신은 혼자가 아니며, 누군가에게 이해와 격려를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더 소중한 사람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