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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구식이 아니다"…포커의 원조, 잉카가 남긴 유산 '페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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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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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디지털 세대는 모르는, 거의 모든 게임의 역사

[편집자주] '주사위 마니아' 다콘 - 어렸을 때만 즐겼던 주사위와 보드 게임, 그 속에 숨겨진 재밌고도 은밀한 역사를 읽어드리는 아날로그 오타쿠입니다.
주사위에 내 운명을 건다는 것, 전략으로 승부를 짓기를 원하는 게이머들에겐 불쾌한 일이다. 그래서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주사위. 그러나 주사위의 운마저 전략으로 품은 게임 '페루도'를 알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딱TV가 잉카 문명의 유산, 포커의 원류를 찾아봤다.


포커(Poker) 카드 도박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데 운(luck)의 영향이 커야 하고, 한 판(round)이 짧게 끝나서 회전이 빨라야 하는 도박(gambling)의 필수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하기 때문이다.

포커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돈이나 벌칙을 건 도박이 아니면 재미없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일정 수준이 되면 게임 그 자체만으로 묘미를 즐길 수 있다. 포커는 운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최악의 패만 계속 나오는 사람도 승리할 수 있는 기묘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 자체의 묘미 때문에 포커는 스포츠화됐고 프로 선수들도 많다. 우리나라 e스포츠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e스포츠 스타들이 프로 포커 선수로 전향하는 예도 있다. 물론 조금은 슬픈 일이지만.

이번 회에 소개하는 게임 ‘페루도(Perudo)’ 역시 그런 묘미가 있는 게임이다. 어쩌면 페루도의 게임 디자인이 포커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페루도의 기원을 찾아보면 현재 페루, 칠레 등의 국가들이 자리한 지역에서 성행했고,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인들에 의해 전세계로 퍼졌다. 그 시작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원형이 잘 보존된 잉카 문명의 흔적 중 하나로 추정된다. 해적 영화 등에 이 게임이 종종 묘사되기도 한다.


"주사위는 구식이 아니다"…포커의 원조, 잉카가 남긴 유산 '페루도'


‘루도’는 라틴어로 게임을 뜻하는 단어고, 페루도는 페루와 루도의 합성어로 짐작된다. 비슷한 용례로 클래식 추리게임 클루(Clue)를 유럽에서는 클루도(Cluedo)라고 부른다. 이런 작명 센스는 2014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의리’와도 일맥상통한다.

게임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각자 컵 안에 주사위를 5개 넣고 컵 안에서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를 본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의 주사위 숫자에 대해 논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중 한 명이 “우리 주사위를 다 합치면 5가 나온 주사위가 최소 3개는 될 거 같은데”라고 말한다고 치자. 이 말을 들은 다음 차례 사람은 앞사람의 추론이 옳다고 인정하거나, 틀렸다고 생각될 경우 모두의 컵을 열어 확인하자고 요청할 수 있다. 단 앞사람의 추론을 인정한다면 더 확률 낮은 추론을 해야 한다. “에이 5가 7개는 있네”

이런 식으로 점점 확률 낮은 추론이 더해지다가 누군가가 확인을 요청하면 모두의 주사위를 공개해 확인에 들어간다. 앞사람의 추론이 맞았다면 의심한 사람이 주사위를 잃고, 앞사람의 추론이 틀렸다면 추론한 사람이 주사위를 잃는다. 그리고 다음 판이 시작된다. 주사위를 잃는다는 것은 정보력이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다섯 번 져서 주사위를 모두 잃으면 패배한다.

게임은 “우리 집에 금송아지 있다”, “우리 집에는 백금 코끼리 있는데?”, “우리 집엔 다이아몬드 공룡이 있어!”라는 식으로 잘난 척 대결처럼 전개된다. 누군가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집에 가서 확인해보자!”라고 선언하면 결과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미스터리 사건의 결말을 보는 것만큼 충격적이다.

확률의 벽을 뚫고 같은 숫자가 많이 나왔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추론에 편승했지만 실제로 나온 수는 별로 없을 수도 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뛰어난 연기력으로 은근슬쩍 다른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주사위는 구식이 아니다"…포커의 원조, 잉카가 남긴 유산 '페루도'


일단 주사위 5개가 확률적으로 나오기 어려운 결과라면 그 판에서는 조금 유리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설마 저 사람 컵 안 주사위 5개가 모두 같은 숫자란 말이야? 그건 아니겠지”라는 식으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률에 기반을 둔 정교한 추정과 육감으로 상대의 패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거나, 뛰어난 연기로 예측 불가능한 사람을 만나면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큰 의미가 없다.


↑ 폼페이의 고대 프레스코 벽화에 그려진 다이스 플레이어
↑ 폼페이의 고대 프레스코 벽화에 그려진 다이스 플레이어


주사위가 본래 점술 도구에서 발전한 것인 만큼 많은 게임에서 주사위는 신탁이나 계시를 내려주는 도구로 사용된다. 주사위를 던진 결과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다. 보드게임 유저 그룹들 사이에서 ‘주사위 게임은 구식’이라는 인식이 매우 보편적인데, 많은 이들이 주사위 게임에 배타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면이 있다.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자신의 능력과 전략으로 승부를 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주사위란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실제로 팽팽한 전략 대결로 승부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주사위가 결과를 결정짓는 뜬금없는 종결자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페루도에서 그런 한계는 보이지 않는다. ‘주사위도 쓰기 나름’이라는 거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주사위의 운 마저 전략에 활용하니 말이다. 고대 게임에서 이런 높은 완성도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

페루도는 바둑, 장기처럼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이른바 퍼블릭 도메인 작품이지만 그동안 심심찮게 상용 제품이 나왔다. 최초의 시도는 1974년 E.S. 로우(E.S. Lowe)의 라이어스 다이스(Liar’s Dice)에 의해 이뤄졌다.

1993년 FX 슈미트(FX Schmid)에서 나온 콜 마이 블러프(Call My Bluff)는 작가 리처드 보그(Richard Borg)가 게임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 그 해 독일 2대 게임상(Spiel des Jahres 와 Deutscher Spiele Preis awards)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2013년 코리아보드게임즈가 출시한 상용 제품이 있으니, 궁금하다면 체험해 보시길.

"주사위는 구식이 아니다"…포커의 원조, 잉카가 남긴 유산 '페루도'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8월 19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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