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

머니투데이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3년 전에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이승복 지음. 황금나침반 펴냄)’ 책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저자는 체조 국가대표를 목표로 훈련하다 사고로 전신마비의 장애인이 됐지만 초인적인 의지와 용기로 미국에서도 최고라는 존스홉킨스 병원 재활의학과 수석 전문의로 우뚝 서는 과정을 치열하게 다룬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승복 의사의 굽히거나 지칠 줄 모르는 의지에 감동하는 동시에 ‘과연 그가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을 당했었다면 이렇게 재활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에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의 척박한(?) 환경을 아쉬워했었다.

그건 사지마비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바퀴가 달린 아들의 침대를 자전거에 묶고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미국의 어느 60 대 아버지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보며 눈시울을 적셨을 때도, 강철 의족을 드러낸 채 결승선을 통과한 후 환호하는 미남의 백인 청년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장의 생계(생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개인과 국가의 경제력이 필요조건이지 싶어서였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우리나라라고 해서 이들마냥 장애의 역경을 처절하게 이겨내며 자신의 꿈을 성취한 사람들이 없을 건가만 이들에 관한 책이 드문 이유 역시 어렵기만 한 출판계, 메마른 독서문화와 관련 있을 거라 생각하니 그 또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축구감독이 찾아왔다’는 표지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듯이 ‘철의 여인’에 대한 드라마다. 그녀는 정신력이 강철이기 앞서 왼쪽 다리가 강철이다. 태어나자마자 ‘근위 대퇴골 부분결손’으로 다리를 제거하고 의족에 의지해야 했다.

그럼에도 보통아이들과 같기를 원했던 그녀는 6살 때 유소년 축구단에 들어가 최선을 다했지만 ‘콜드 스프링’ 감독은 결국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11살에 달리기를 시작했고 마침내 철인 3종 경기와 마라톤을 8 번이나 완주하는 대기록을 세운다. (여성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라고 하는데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한 번만 완주해도 평생 건강이 보장된다고 할 만큼 쉽지 않은 게 마라톤이다. 철인 3종 경기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가 풀 코스다. 혹시 오늘 ‘난 안돼. 더 어떻게 해볼 수 없어’라며 뭔가를 포기하려는 당신에게 이 책을 보낸다.

◇그리고…축구감독이 찾아왔다=사라 라이너첸 지음. 알런 골드셔 엮음. 박진수 옮김. 디오네 펴냄. 280쪽. 1만 3천 8백 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