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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시장, 고급기술로 승부볼 때"…'토박이' 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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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하(카타르)=진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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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0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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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에 '한국건설의 魂' 심는다 2014" <2>중동(상)]③지상대담 - 건설인이 본 '중동 위기와 기회'

'경쟁 심화' '빨간불' '울상'….

최근 국내에서 중동 건설시장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어둡기만 하다. 가격경쟁력으로 치고 올라오는 일본과 중국, 기술력을 앞세운 유럽 등 중동에서 경쟁국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한국 건설기업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직접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건설기업인들이 바라보는 중동시장은 어떨까. 김이철 현대건설 카타르 지사장과 최일영 대우건설 아부다비·카타르 지사장을 통해 중동시장 상황을 짚어봤다.

김이철 현대건설 카타르 지사장
김이철 현대건설 카타르 지사장

<김이철 현대건설 카타르 지부장 "발주 줄고 경쟁은 더해…단순 설계·시공 벗어나">
- 공사나오면 각국서 매달려…한국기업 '카타르 독식' 옛말
- 中업체, 품질보증은 못받아…'넛크래커' 돌파할 시간있다



―해외건설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시장을 두고 한국에선 '빨간불'이 켜졌다는 불안감마저 나온다. 실제 현지에서 체감하는 중동시장은 어떤가.

▶김이철 현대건설 (30,300원 상승600 -1.9%) 카타르 지사장(이하 김 지사장)=현재 중동시장에는 한국 건설기업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내로라하는 업체가 많이 들어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어느 국가에서든 공사가 하나 나온다고 하면 업체들이 일제히 달려든다. 공사수주가 쉽지 않은 구조임을 보여준다. 예전에 카타르시장에선 현대건설이 독식하다시피 했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

▶최일영 대우건설 (2,990원 상승80 -2.6%) 아부다비·카타르 지사장(이하 최 지사장)=더 큰 문제는 기업간 경쟁이 치열한 반면 각 국에서 나오는 발주는 계속 지연되거나 줄어든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아부다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큰 프로젝트가 예정된 중동국가들이 발주를 계속 미룬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경우 '2020계획'에 의해 도시개발을 하는데 현지 정부에선 '이 공사가 지금 당장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 속에 사업을 재고 중이다. 2022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카타르 역시 발주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중동은 현재 발주 감소로 국내외 기업들의 수주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최근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건설과 높은 기술력을 가진 미국·유럽업체와의 경쟁 속에서 자칫 한국 건설기업들이 '넛크래커'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지사장=10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이전에 일본업체들이 그랬듯이 기술론 유럽기업을 따라잡지 못하고 가격은 중국기업을 못 따라간다는 건데 사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로선 빠른 시일 내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 특히 단순 EPC(설계·시공·조달)에서 벗어나 O&M(운전 및 정비)이나 투자사업 등의 영역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분명히 언젠가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다만 중국업체들이 아직 이곳에서 품질보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있다고 본다.

▶최 지사장=중국업체 중 1∼2곳은 뛰어나지만 대부분 하도급업체여서 아직까진 제한적 활동을 한다. 당장 문제는 유럽이나 미국 건설업체들이다. 이전엔 우리기업들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공사를 따냈는데 이 모든 게 손실로 돌아오면서 지금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가격을 올려 쓴다. 발주처 관계자들과 만나면 요즘 한국기업들이 왜 이렇게 가격을 올렸느냐고 물을 정도다. 반대로 유럽업체들은 가격을 낮춰 쓰는 추세여서 점점 더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힘든 구조가 되고 있다.

최일영 대우건설 아부다비·카타르 지사장
최일영 대우건설 아부다비·카타르 지사장

<최일영 대우건설 아부다비·카타르 지부장 "美·유럽업체도 저가로…돌파 키워드는 '현지화'">
- 한국기업 '전략적 수주'대신 리스크관리 차원 가격 높여
- 국내경기 침체로 힘들지만 신뢰 바탕 '제2 중동 붐' 기대



―국내 건설시장도 침체된 상황에서 중동시장까지 이렇게 어렵다면 정말 큰 문제인데.

▶최 지사장=실제로 국내 건설경기 침체는 중동 등 해외시장에서 더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대다수 국내 대기업들의 매출 중 50% 이상이 해외수주에서 채워져야 해서다. 문제는 본사 매출목표는 매년 올라감에도 국내시장은 어려우니 그 목표액을 채우려면 해외에서 더 많이 수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중동시장 수주가 중요하다. 우리기업 상당수가 같은 상황에 부닥치니 발주물량 하나하나에 더 많은 업체가 몰리고 국내 건설기업간 경쟁도 심화된다. 더구나 유럽 대형업체들도 적정가격 이하로 내려쓰는 추세여서 저가경쟁이 더 치열하다. 국내 건설시장이 조금만 받쳐준다면 고통이 덜할 수 있는데 아쉽다.

▶김 지사장=그렇다.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중동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사가 발주되는 곳이다. 그만큼 현지 정부가 자금을 갖고 프로젝트를 추진(발주)하는 곳이 중동이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경우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 않다. 전체 해외수주액 중 중동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당분간 이런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동시장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다른 신시장 개척에도 힘써야 한다.

―저가수주에 대한 기업의 입장은 어떤가. 이미 한국에선 지난해부터 드러난 실적으로 인해 건설기업들이 무리하게 저가경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 지사장=저가수주라기보다는 '전략적 수주'라고 표현하고 싶다.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이중 하나가 바로 실적이다. 실적이 있어야 앞으로 더 많은 수주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쌓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중동시장에서 한국업체들이 지나친 경쟁으로 입찰가격을 낮게 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적정이익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사를 못 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다소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도 할 수 있다.

▶최 지사장=사실 손실을 감수하고 일부러 저가수주를 하는 회사는 없다. 전략적 수주만 있을 뿐이다. 회사는 리스크비용과 이익 등을 비교했을 때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발생, 직간접비 상승 등의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는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저가수주 때문에 문을 닫은 대기업은 없고 모두 그와 같은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꾸준히 전개한 만큼 (일부 저가수주의) 방향성은 맞다고 할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한국 건설기업들은 중동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까다로운 발주처를 사로잡은 비법은 무엇인가.

▶김 지사장=그동안 서로 탄탄한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이곳 발주처는 한국 건설기업이면 뭐든지 맡겨만 놓으면 해낸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발주처 입장에선 공사를 잘 하면서 공사기간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원하는 기간 내에 맞춰주고 품질문제없고 거기에 가격까지 싸다면 최고다. 그것이 한국 건설기업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그동안 카타르에서 많은 공사를 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발주처와의 신뢰관계나 공급체인을 갖고 있고 특히 현대건설이 하면 확실하다는 신뢰관계가 오랜 시간 쌓여왔다.

▶최 지사장=아무래도 국내에서 몸에 밴 습관도 한 몫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발주처를 대하는 마인드가 유럽이나 미국업체들과 다르다. 우리 건설기업들은 발주처와 갑을관계를 유지하는데 유럽이나 미국기업들은 그저 '계약관계'라는 식이다. 예를 들어 발주처가 딴지를 걸면 외국업체들은 '마땅치 않으면 중단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하지만 한국 건설기업들은 일단 완공은 한다. 그러니 발주처에선 한국 건설업체들을 신뢰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한국인들의 성실·인내·끈기는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아무리 경쟁이 심화되고 어려워도 한국기업 입장에선 중동시장은 여전히 중요한 요충지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중동붐'을 준비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최 지사장=개인적으론 한국 건설기업들이 현지화를 열심히 했으면 한다. 유럽 등 외국기업들은 현지업체와 합작법인을 차리는 방식으로 현지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의 경우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합작법인을 세우지 않는다. 그런데 현지 정부 입장에선 현지화하는 외국업체를 더 신뢰한다. 치고 빠지는 식의 외국업체들은 그저 뜨내기라고 생각할 뿐이다.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처럼 공사가 없을 땐 큰 문제로 작용한다.

▶김 지사장=한국 건설기업들은 뭐든지 할 수 있지만 '고급기술이 없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상세설계는 정말 잘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기업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기술이란 단점도 있다. 때문에 기초디자인설계 등 한 차원 높은 기술능력을 개발해 외국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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