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은 '아무나' 아니다" 유엔대사 연설 SNS서 큰 울림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페이스북 캡처 © News1

"비록 지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이 겨우 수백 킬로미터 거리에 있다는 것을. 그들은 우리에게 그저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

우리 정부 유엔 대사의 북한인권과 관련한 5분 남짓한 연설이 네티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오준 주(駐)유엔대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인권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는 최근 북한 지도부의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법적 책임을 명기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는 등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은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이번 결의안 채택을 지지했던 우리 정부로서도 국제사회에 적절한 입장 전달이 필요했다.


그러나 오 대사의 연설은 적절한 수준 그 이상이었다. 오 대사의 연설이 있은지 일주일이 넘은 30일까지 SNS에서는 오 대사의 연설을 담은 동영상이 계속해서 확산됐다.

보기 드물게 유엔 대사의 연설이 국내 SNS에서 관심을 끈 것은 북한인권 상황이 진전되기를 바라는 남측 국민으로서의 '진정성'이 전달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 대사 연설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embed/pQEy9IBehfA)

총 8분 가량의 연설에서 오 대사는 처음 5분 가량은 북한인권 상황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입장을 담은 준비된 원고를 읽었다. 그러나 나머지 3분 가량을 오 대사는 연설문 없이 발언을 이어갔다.

오 대사는 연설에서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냥 아무나(just anybodies)가 아니다. 우리 국민 수백만명의 가족이 북한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이제는 헤어짐의 고통을 냉엄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이 겨우 수백 킬로미터 거리에 있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 유린 상황을 적은)유엔 북한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는 우리의 가슴을 찢었고,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우리는 같은 비극을 겪은 것 처럼 눈물을 흘리게 했다"고 말했다.

준비된 원고없이 한 마디 한 마디 이어나가는 오 대사의 목소리는 비장한 내용과는 달리 차분했다. 다만 그 차분함에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남측 국민들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비장함도 담겨있었다.

오 대사의 이같은 연설은 이산가족을 둔 집안 내력에 연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 대사의 모친과 장인의 고향이 이북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장인의 경우 이산가족상봉을 여러차례 신청했지만, 끝내 북의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작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대사의 연설을 접한 국제사회 각계 인사들도 '공감'으로 화답했다.

서맨사 파워 미 대사는 오 대사의 연설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으며, 오 대사에게 직접 전화 걸어 연설에 대한 감흥을 전했다고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최근 오 대사를 따로 만나 연설을 칭찬했다는 후문이다.

국내 SNS 사용자들의 반응은 더 뜨겁다. 오 대사의 연설은 지금도 꾸준히 SNS를 타고 전파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에서 오 대사의 연설 동영상에 대한 '좋아요'는 30일 오후 현재 16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아이돌 가수의 뮤직비디오도 아닌 정부 유엔대사의 연설이 십수만 건의 '좋아요'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 대사의 연설을 SNS로 접한 한 사용자는 "북한인권상황에 대해 그동안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하게 됐다"고 연설을 들은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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