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대의 정가산책]‘같은 듯 다른’ 김기춘·박세일…朴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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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김무성 대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혁신위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국가 대혁신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4.1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요즘 고단한 신세에 처해있다.


김 실장은 정윤회씨 국정개입의혹 문건 파문과 관련해 사퇴론에 몰리고 있고, 박 이사장은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으로 내정됐으나 친박계의 반발로 임명 논란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 때 여의도연구소(여의도연구원 전신) 소장을 순차적으로 맡았던 인연도 갖고 있다.

하지만 연구소 운영방식 등 소장으로서의 행보에선 비교될 정도로 달랐다.

특히 두 사람의 소장 재임때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이전으로 친이, 친박 간 계파갈등이 본격적으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박 이사장은 부소장 2명을 친이계, 김 실장은 친박계 의원들로 포진시켰다.


# 소장을 먼저 맡은 건 박 이사장이었다.


그는 박 대통령이 2004년 3월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첫번째 소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한나라당은 수백억원대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차떼기 당'이란 호된 비난을 받은 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당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17대 총선을 한달 앞두고 당 대표로 취임한 후 서울대 교수로 재직중이던 박 이사장 영입에 직접 나섰으며 총선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손을 맞잡았다. 중도개혁 성향의 박 이사장을 통해 당 쇄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본격화했던 것이다.

그에게 비례대표후보 최고 순번인 2번 자리도 줬으며 특히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긴 뒤 후보공천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총선에서 박 이사장에 의해 학계출신 인사들 상당수가 비례대표 의원으로 원내 진출했다.

한나라당 전체적으로도 121석이나 차지, 참패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깨고 선전했다.

그가 여의도연구소장직을 맡은 건 총선 당선 직후인 같은 해 8월이었다. 연구소 조직을 재정비,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책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당 대표에 대한 주례보고를 정례화, 정책과 관련된 연구소 논의 결과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했다.

또 정책 현안과는 별도로 정세분석 등 전략관련 주례보고를 갖기도 했다.

박근혜 대표 체제 때 이처럼 연구소장이 당 대표에게 주례보고를 했던 것은 그가 사실상 유일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박세일 소장에 대한 박 대표의 신뢰가 각별했던 셈이며 소신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던 것이다.

이를 위해 전략 부문은 박형준 부소장(현 국회사무총장), 정책부문은 박재완 부소장(현 성균관대 교수)이 맡았다. 두 사람은 친이계의 핵심인사로 꼽힌다.

정책 차원에선 '국가 선진화 프로젝트'를 복지, 경제, 과학기술 등 각 분야별로 입안하는 게 박 소장의 최대 역할이었다.

선진화 프로젝트란 2007년 대선을 겨냥한 집권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박 소장은 김영삼 정부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맡아 핵심 국정과제였던 '세계화' 전략을 주도했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는 소장 재임 5개월만인 2005년 1월엔 정책위의장으로 자리를 옮김으로써 한나라당의 정책 사령탑으로 부상, 당내 위상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게다가 후임 연구소장 역시 그가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때 후보로 선정했던 연세대 교수출신의 윤건영 의원이었다.

여의도연구소와 정책위원회간의 협력체제가 더욱 긴밀해지게 됐던 셈이고 박 소장의 행보에도 한껏 탄력이 붙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됐다.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된 지 두 달만에 박 대표와 정치적으로 결별하게 됐던 것이다. 세종시법안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박 대표와 맞섰던 게 계기가 됐다.

그는 행정도시법안(세종시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에 앞서 거세게 반발하며 정책위의장을 사퇴했고 법안이 같은 해 3월 국회를 통과하자 "'수도분할 법'을 끝내 막지못한 데 책임을 지겠다"며 의원직 사퇴와 함께 탈당까지 해버렸다.

박 대표의 요청으로 정치권으로 들어온 지 1년 만이었다.

학자로서의 정책적 소신과 "국민에게 했던 약속(법안 찬성)은 지켜야 한다"는 박 대표의 원칙론이 접점을 찾지못하고 정면충돌했던 셈이다. 한나라당은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의원총회를 통해 법안에 찬성키로 의견을 모았었던 상황이었다.

윤건영 여의도연구소장도 박 소장에 이어 선진화 프로젝트 입안작업을 추진하는 등 싱크탱크로서의 위상강화에 적극 나섰으나 '돌발사태'때문에 6개월만에 물러나야 했다.

돌발사태란 소장 취임직후인 2005년 4월 재보선때 사조직 동원과 관련된 연구소 문건이 외부에 유출됨으로써 파문을 초래했던 것으로, 윤 소장은 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것이다.

박 대표도 이 사태를 계기로 "연구소는 정책개발에만 치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고 이후 연구소의 역할이 전략분야에선 한 걸음 물러나 정책분야로 더욱 쏠리게 됐다.

박 대표에 대한 여의도연구소장의 주례보고도 독대형식을 벗어나 공식 회의석상 보고로 갈음하는 식으로 후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소장 이후 확대·강화돼 왔던 여의도연구소의 활동반경이 위축되기 시작했던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세안 3(ASEAN 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8박9일간의 다자 정상외교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영접 나온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순방길에 오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나란히 걷고 있다. 2014.11.17/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 이같은 상황에서 윤 소장의 바통을 넘겨받은 사람이 김기춘 의원(현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김 의원은 2005년 7월 소장 취임과 함께 "좋은 정책을 내는 게 연구소가 할 일"이라며 정책개발에 주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을 통한 연구소 재편을 추진하게 됐던 것이다.

이전의 박, 윤 소장이 대학교수 출신으로 중도개혁성향의 정책적 소신이 강했던 초선 의원이었던데 반해 김 소장은 고위 관료(검찰총장, 법무장관)를 지냈고 보수색 짙은 3선 중진 의원이었다.

김 소장 곁에는 친박 핵심으로 초선이었던 서병수(현 부산시장)·최경환(현 기획재정부 장관) 부소장이 포진해 있었다.

김 소장의 경우 각종 정책현안들에 대한 보고서를 수시로 만들어 박 대표와 당 3역에게 전달함으로써 당론을 수렴해 가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 대표에 대한 주례보고가 사실상 없어진 상황에서 '보고서'를 잘 활용, 연구소 위상을 다져나가는 방식을 택했던 셈이다. 이를 위해 전담 팀도 꾸렸다고 한다.

하지만 김 소장도 전임 박 소장처럼 박 대표와 엇박자를 보였던 적이 있었다.

소장 취임직후인 2005년 하반기,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향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연정을 하겠다는 방안을 전격적으로 제안했을 때였다.

한나라당이 이 제안을 놓고 찬반양론에 휩싸였던 상황에서 김 소장은 연구소 차원의 관련보고서를 최고위원회에 보고했으나 박 대표에 의해 거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소장은 연구소 내부 논의 끝에 '수용 거부' 쪽으로 작성됐었던 보고서를 최고위원회 개최 직전 '수용'쪽으로 뒤집는 쪽으로 최종 수정, 보고했다고 한다.

김 소장으로선 당시 경색돼 있던 대치 정국을 푸는 게 급선무라는 입장에서 고심끝에 보고서의 내용을 막판 뒤집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과적으론 박 대표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못했던 셈이 됐다.

그러나 박 대표와 정면충돌했던 박 소장과는 달랐다.

당 지도부 입장이 정해진 이후부터는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측의 연정관련 토론회 제안을 거부하는 등 당론을 적극 뒷받침해 나갔던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대표 옆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 2014.12.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박 이사장이 연구원장 임명논란을 극복하고 새누리당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아직 속단키 어렵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임명 의지만큼이나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 역시 강하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박 이사장이 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경제분야를 비롯한 각종 정부정책들에 대해 엇박자를 놓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1년여 앞둔 차기총선 공천과 관련된 불안감도 떨칠 수 없다는 분위기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가 공천학살됐던 때를 떠올리는 쪽도 있다.

박 이사장이 최근 당 혁신위 토론회에 참석, 상향식 공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천심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점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2012년 초 '국민생각'을 창당, 친이계 등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을 영입해 총선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이후 치러진 대선정국에선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고 현정부 출범이후에는 민·관 합동기구인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여권 쪽으로 기울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오른쪽)가 24일 오후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선진화시민행동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에 참석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왼쪽부터), 김진홍 목사, 서경석 목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2.10.24/뉴스1 © News1

그의 연구원장 임명논란을 접한 박 대통령의 심경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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