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호주 자원개발 '러시'...한국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주 리스고시에 위치한 스프링베일 채탄장의 모습. 한국광물자원공사가 3억호주달러를 투자해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제공

"자원개발은 영원히 지지 않는 산업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항상 있었고 앞으로도 있어야만 하는 산업이 바로 자원개발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글로벌 자원개발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가 던진 말이다. 그는 "자원가격이 떨어진 지금이 바로 투자의 적기"라며 "자원수요가 많은 한국은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차이가 수년 후 몇 배는 크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관성 없이 '정치 논리'에 이끌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해외 자원개발 정책에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자원부국 호주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한·호주 FTA(자유무역협정)이 지난해 12월 12일 발효되면서 한국 기업의 호주 외국인투자심의회의 적용 한도는 10억7800만호주달러(약 8900억원)로 상향 조정됐다. 10억7800만호주달러까지는 까다로운 심의를 거치지 않고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실례로 한국 기업의 대표적인 호주 자원개발 투자 성공사례로 분류되는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스프링베일 유연탄 광산의 경우, 과거 3억호주달러를 투자하는데도 호주 정부의 눈치를 봐야했지만 이제는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해졌다.


특히 최근 원화 평가절상(원화 가치 상승) 기조도 현지 투자에는 긍정적 요소다. 현재 원/호주달러 환율은 820원 선에 형성돼 있다. 과거 해외 자원진출이 활발했던 시절인 2010~2012년 당시 환율이 1100~1200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에 형성된 것에 비하면 투자여력이 30% 이상 확대된 셈이다.

호주 광물업계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이 톤당 60달러 선 아래로 떨어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라며 "각종 광물자원 매물이 넘쳐나고 환율도 안정돼 한국 입장에서는 투자의 황금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골든타임'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만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국회 국정조사 대상으로까지 번지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이 선도적 역할을 해 줘야 하지만 올해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 3사는 자원외교 실패 사례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어 신규 투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더군다나 올해 해외 사업 예산은 지난해보다 43.8% 줄어들어 투자할 여건도 되지 못한다.

국내 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투자 가치가 높은 매물이 많지만 국내 상황이 좋지 못해 투자를 못하고 있다"며 "호주뿐 아니라 해외 사업 전반이 동결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습은 중국, 일본 등 경쟁국과 극명히 대비된다. 국내 자원개발기업의 현지지사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호주 자원시장에 무차별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며 "일본도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시장을 알아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호주의 경우 한·호주 FTA 발효 등 여러 요인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를 바라는 기대감이 높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문의조차 없어 호주 자원개발업계가 의아해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영기 중앙대 명예교수는 "우리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정치 논리'를 걷어내면 후발주자치고는 착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특히 에너지·자원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여건을 감안할 때 정확한 시점을 포착해 꾸준한 투자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