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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잊힐까봐, 트라우마 치료도 외면" 4·16에 멈춘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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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07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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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신고도 안해...4월에 피는 꽃망울이 아이들 같아서 더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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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선체인양과 진상규명, 희생자 배·보상 절차 중단을 촉구하며 열린 세월호 희생자 및 피해자 가족 삭발식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자 한 시민이 위로하고 있다. 2015.4.2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지난 2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선체인양과 진상규명, 희생자 배·보상 절차 중단을 촉구하며 열린 세월호 희생자 및 피해자 가족 삭발식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자 한 시민이 위로하고 있다. 2015.4.2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꼬박 사계절이 흘렀지만 광화문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상처는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애타는 마음으로 시신 수습을 기다리던 전남 진도 팽목항과 안산의 합동분향소에서 광화문 천막농성장으로 거처가 옮겨졌을 뿐 상당수의 유가족은 참사 이전의 삶으로 쉽사리 돌아가지 못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점차 무관심해지거나 심리적 피로를 표현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이유를 모르고 잃은 자식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여전히 가슴을 쥐어뜯었다.


◇"아이 잊는 것 같아서"…심리치료·사망신고 외면

광화문 농성장에서 만난 단원고 2학년 5반 오준영군의 아버지 오홍진(54)씨는 "견디기 힘들지만 트라우마 치료를 받으면 아이를 잊어버리려는 것 같아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남은 가족들에게도 재충전은 필요하지만 그 시간이 길수록 진실을 밝히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다친 몸을 이끌고 피켓을 들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국민들이 헤아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삭발한 머리에 노란 띠를 두른 이석준군의 아버지 이병수(47)씨는 "내 심정은 아직도 4·16 그 날 그대로"라며 두 눈을 부릅떴다.

이씨는 "1년 전과 비교해 문제가 해결된 것이 없어 사망신고도 하지 못했다"며 "우리 아이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찍힌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세요. 천천히 건강하게 오래오래 지내다가 오세요. 사랑해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연의 주인공이었다.

이씨는 "참사 이후 매일 아침마다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곤 했지만 다른 아이가 아들 번호를 쓰게 된 이후부터는 미안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석준이 할머니는 아이가 죽은 줄 모르신다"면서 "아들이 일본어를 좋아하고 잘해서 일본에 1년 유학을 갔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냐고 물으실 때마다 못난 아비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문화제에서 4·16 가족협의회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서로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2015.4.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문화제에서 4·16 가족협의회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서로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2015.4.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변해버린 삶…망가진 건강과 가족 생계

오준영군의 아버지 오홍진(54)씨는 긴 시간을 풍찬노숙하다 허리 디스크가 악화돼 고역을 치르고 있다.

오씨는 참사 이후 팽목항과 안산 합동분향소, 국회 앞에 이어 광화문 농성장을 지켜 왔다.

그는 "사고 전 공단에서 일하면서 얻은 디스크가 참사 이후 돌보지 못해 앉아있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면서도 "배 안에서 준영이가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불의의 사고였다면 수긍은 할 수 있지만 이 참사는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그냥 지켜본 것 같아 도저히 가슴에 묻어버릴 수가 없다"며 "이전부터 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면 적어도 아이를 보내진 않았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지난 4일부터 1박2일간 진행된 도보행진에 참가했던 전찬호군의 어머니 남궁미녀(43·여)씨는 5일 허리 통증을 호소해 중간에서 차를 타고 광화문 농성장에 도착했다.

남궁씨는 다리를 절룩이며 "품에 영정을 안고 걸어오고 있을 아이 아버지와 그리고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지난 1년 동안 변한 게 없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 사이 우리 가족의 생활은 너무도 많이 바뀌었다"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한식당을 운영하던 전군 가족은 지난해 9월 가게 문을 닫았다. 남궁씨는 "가게에 나가도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아이 생각만 자꾸 났다"며 "아이에게 사고 원인을 찾아주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주는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에서 심리치료 분과 부위원장을 맡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이경주양의 어머니 유병화씨는 대책위가 개편되면서 한 발 물러나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경주양의 동생을 생각해 흐트러진 집안을 챙겼다는 유씨는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발표를 접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유씨는 "달라진 게 없는데 꽃망울은 터지고 그걸 보면 아이들 생각이 한층 나서 4월이 오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며 "이제는 참사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끝까지 나와 싸우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진상규명이 먼저…1주기 지내고 추모할 수 없다"

딸 유민양을 잃고 46일간 단식을 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46)씨는 "1주기를 앞두고 추모나 애도를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별법 시행령안은 특별조사위를 무력화시키는 법안인 만큼 2014년 4월16일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처절하게 호소한 기억뿐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시행령안 발표 이후 1주기를 기리는 추모행사 계획들은 취소됐다.

그는 "왜 죽어야 했는지 밝히지도 못했는데 무슨 낯으로 아이들 얼굴을 보겠나. 하나라도 해준 게 있어야지"라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라는 숙제를 주고 간 아이들에게 명예롭게 죽었다는 것이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전히 실종자로 남은 한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는 "우리가 정치를 바라는 것도, 특례입학을 바라는 것도 아닌 만큼 여론이 냉담해지는 것은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이틀도 아니고 국민들도 각자의 삶이 있는데 다 기억해 달라는 게 아니다. 계속해서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원망할 일이 아니다"라고 애써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그래도 그 차가운 물속에 남아 있는 아이들을 꺼내주기는 해야 하잖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마냥 떨려 나왔다.

(류보람 손미혜 이정우 주성호 황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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