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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보험료는 누가 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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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밸리=황장석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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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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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렉서스 SUV 자율주행차량 /사진=블룸버그
구글의 렉서스 SUV 자율주행차량 /사진=블룸버그
구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근처에선 ‘범상치 않은’ 렉서스SUV(RX450h) 차량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지붕에 빙빙 돌아가는 안테나 같은 걸 달고 있는 이 차량은 구글이 개조한 자율주행자동차(또는 무인자동차)다. 며칠 전 마운틴뷰 시내 도로에서 운전하다가 이 차를 보곤 흥미가 발동해 뒤따라가다가 교통신호에 걸려 추적에 실패했다. ‘호기심 때문에 참 별 짓 다 하는구나’ 란 생각에 이내 쓴웃음이 나오긴 했다.

요즘 자율주행차는 그야말로 뜨거운 주제다. 그 동안 다른 회사 자동차(도요타 프리우스, 렉서스 SUV)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해 시험운행을 해왔던 구글. 이 회사가 이번 여름부터 자체 제작한 2인용 자율주행차(관련영상 보기)를 시험운행 한다고 하니 대량생산 시대도 머지않은 듯하다.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의 디렉터인 크리스 엄슨은 5년 내에 일반인이 자율주행차를 타고 다니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좀 더 당겨질 수도, 아니면 늦어질 수도 있다. (관련기사 보기)

초보운전자부터 몸이 불편해 운전이 어려운 사람까지, 자율주행차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게 분명하다. 무선인터넷으로 연결돼 실시간 정보를 주고 받는 자율주행차들만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교통 흐름도 빨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교통사고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교통사고의 93%가 인간의 실수 때문에 일어나고,(관련정보 보기) 미국에서만 2013년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3만3804명인 상황에서(관련정보 보기) 인공지능 컴퓨터가 운전하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크게 줄여준다면 어찌 반갑지 않을까.

◇자율주행차 교통사고는 컴퓨터 책임?

그런데 자율자동차가 가져다 줄 이런 미래 혜택의 한 켠엔 답을 구해야 할 질문도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교통사고 책임 문제다. 무선통신으로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자율주행차들만 도로를 다닌다고 해도, 모든 차량들이 예상치 않은 상황에 100% 완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자율주행차 세상이 되면 사고율이 낮아져 보험료가 낮아질 것이라고들 하지만 그건 그때 가봐야 안다. 게다가 보험 자체가 사라지진 않을 테니 누군가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 리서치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일부 기능이 자동화된 차량’에 호감을 느끼는 주된 이유는 안전성이 높아지고 더불어 보험료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었다.(관련정보 보기)

미국의 경우 자동차 1대당 보험료는 연 평균 800달러 수준.(관련정보 보기) 최소 가입 기준은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현재 자동차보험료는 대부분 차량 주인이 낸다. 물론 렌터카 보험처럼 차량 주인이 아니라 이용자가 단기간 보험 상품을 사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내가 책임지고 운전하는 차량이니 내가 보험료를 내는 게 당연하다’는 게 기존 방식이라고 본다면, 자율주행차 보험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보험이 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를 가정하면, 고도로 지능화된 컴퓨터가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을 테니 사고의 책임은 컴퓨터에게 묻는 게 타당하며, 고로 컴퓨터가 운전하는 자율자동차를 만든 자동차회사(자율자동차 제조업체)가 책임을 지는 게 이치에 맞을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인 랜드연구소는 2014년 펴낸 ‘자율주행 차량 기술’ 보고서에서 교통사고와 관련한 (인간)운전자 책임이 사라지면서 자동차회사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나면 누구 책임인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하는 ‘과실불문(no-fault) 보험’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고 책임을 가려 책임이 있는 차량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 보험이라면, 과실불문 보험은 이를 테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당 차량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자율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들은 보험료 부담만큼 자동차 가격을 높이려고 할 것이고, 그 경우 차 값이 비싸질 테니 자율주행차 보급은 더뎌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문제 등을 고려해 자율주행 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나가면서 점차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판매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에서 자율주행 기술 관련 부문을 이끄는 토마스 러쳇은 과학기술 전문매체 와이어드(Wired) 인터뷰에서 “우리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며, 점점 기능을 추가해 나갈 것”이라며 “완전한 자율주행은 하루 아침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보기)

완전한 자율주행 차량을 판매하기 전까지는 현행대로 자동차회사가 운전자 대신 보험료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자동차라는 제품의 특성 상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회사가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을 테니 시행착오는 크나큰 부담이다.

애플의 차량용 운영체제 카플레이 /사진=애플
애플의 차량용 운영체제 카플레이 /사진=애플
◇법규를 내놓지 않으면, 제품을 내놓겠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구글이다. 앞서 언급했듯 올 여름 자체 제작한 2인용 자율주행차를 도로에서 시험운행하는 데 이어 5년 내 대중화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일단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규제를 비롯한 문제는 나중에 대처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제품을 먼저 내놓으면, 규제는 그에 맞출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자신감(?)도 엿보인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지원해온 세르게이 브린은 자체 제작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국의 규제와 관련해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는 (미국의) 많은 주들(states)과 좋은 대화를 나눠왔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과도 그렇게 해왔고." 캘리포니아 당국이 자율주행차를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자율주행차의 성능과 안전, 보험 기준 등을 담은 법규를 조속히 내놓지 않으면, 캘리포니아가 아닌 다른 주에서, 아니면 아예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먼저 자율주행차를 판매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캘리포니아 자동차국(DMV)은 2012년 통과된 자율주행차법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안전, 성능, 보험 등의 기준을 제시하는 법규를 준비하고 있다. 당초 주의회는 자율주행차법을 만들면서 DMV가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주의회 의원들은 2년쯤 준비하면 충분히 후속 법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 건데,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DMV는 시험운행을 위한 법규는 지난해 내놨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판매를 위해 필요한 법규는 아직까지 초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기관이 법을 지키지 않는 ‘위법 상태’가 이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조만간 초안을 내놓고 올해 여름 공청회를 열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해당사자들의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관련기사 보기)

구글은 이미 기술적 준비는 다 돼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 동안 20여 대의 자율주행차를 시험운행하면서 필요한 데이터와 상황 별로 대처할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완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구글은 지난 6년 동안 20여 대의 차량으로 총 170만마일을 운행했고, 그 가운데 자율주행 모드로만 100만마일(160만km)을 운행했다. 시험운행 기간 자율주행차가 얽힌 교통사고는 모두 11건이었는데, 살짝 부딪히거나 긁히는 등의 경미한 사고였고, 자율주행 모드에서 가해자였던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게 구글 측의 설명이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인간 운전자가 수동으로 운전하다가 다른 차를 들이 받은 적은 있지만, 인공지능컴퓨터가 운전하다 사고를 내진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에 앞서 네바다주가 최초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허가하는 법을 만들도록 로비를 한 것도 구글이었다.

◇보험료는 구글이 무상 제공?

보험만 놓고 보면 구글은 자사의 자율주행차에 대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만 사면 보험료는 공짜로 제공할 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냐고 할 지 모르지만, 보험료 부담보다 자율주행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훨씬 크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단 구글이 판매하는 자율주행차는 구글 기술이 집약된 최대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구글 검색, 구글 쇼핑, 구글맵 등의 기술이 녹아있는 자율주행차만 상상해도 그렇다. 구글 매출의 90% 가량이 광고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구글의 사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면, 광고 매출만 해도 가늠하기 어렵다. 기존 자동차회사들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머물고 있지만,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를 연구하고 있다는 보도(관련기사 보기)가 나온 것도 플랫폼 사업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물론 개인정보가 될 것이다. 구글 측은 향후 자율주행차를 판매하게 되면 자사의 개인정보보호 기준과 정책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한다.(관련기사 보기) 하지만 현재 우리가 구글 검색엔진이나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 구글과 페이스북이 우리의 개인정보를 언제,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자율주행차 정보를 손에 쥔 회사 측이 차를 타고 다니는 소비자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개인정보가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알 길은 막막하다.

지난해 2월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 ‘소비자의 차량 정보 및 선택 법안(관련법안 보기)이 발의됐다. 법안은 ‘운전자와 차량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는, 차를 판매하기 전 소비자에게 미리 그런 내용을 알려줘야 하고, 소비자가 원치 않으면 그런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율주행차와 같이 ‘소프트웨어 자동차’를 겨냥한 법안이었다.

하지만 통과됐다면 2016년부터 발효됐을 이 법안은 자동차업계와 통신사 등의 거센 반대 속에 폐기됐다. 자율주행차는 내가 어느 식당과 쇼핑몰에 자주 가고, 요즘 무엇에 관심이 많고, 어떤 병원을 다니며, 누구와 통화하며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그 모든 정보를 속속들이 기록하고 저장할 것이다. 자율주행차 컴퓨터에 저장될 개인정보는 누군가에게 노다지가 될지도 모른다.

구글의 차량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오토 /사진=플리커
구글의 차량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오토 /사진=플리커
◇그래도 남는 질문들

일반인이 타고 다니는 자율주행차 시대 앞에 놓인 질문은 더 있다. 윤리적 선택의 문제도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람을 태우고 좁은 산길을 운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도로에 어린 아이가 나타났다고 가정해보자. 앞에 나타난 아이를 피하면 차량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탑승자의 생명이 위험하고, 피하지 않으면 도로 위의 아이를 치게 된다. 이 경우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는 컴퓨터는 어떤 선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해야 할까. 누구를 구하도록 설계해야 하나. BMW 영업부문 최고책임자인 이안 로버트슨은 이 같은 딜레마와 관련해 “(자율주행차 컴퓨터가 상황에 따라 대처하도록 짜놓은) 알고리듬이 문화적, 사회적 관점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표현했다. 어찌 보면 철학의 문제로 넘어가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보기)

궁금증도 커진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호기심에서 한 걸음 나아가, 실제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 선뜻 구매할 ‘얼리어답터’는 얼마나 될까. 지금도 신형 자동차가 나오면 한동안 시장의 평판을 지켜본 뒤 구매하라고들 하는데, 판매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선뜻 컴퓨터에게 운전대를 맡길까. 새로운 제품, 그것도 안전과 관련된 제품인데 말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해리스 인터랙티브에 따르면, 10명 중 9명에 가까운 응답자가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에 타는 게 두려울 것 같다고 말했고, 12%만이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해도 걱정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보기)

자율주행차는 어찌됐든 아직은 시험운행 단계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에서 정부기관의 공식 허가를 받아 시험운행하는 자율주행차는 인간 운전자가 타고 있다가 응급상황 시 운전대를 잡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등 바로 수동운전 모드로 바꾸는 조건 아래 굴러다니고 있다. 캘리포니아 자율주행차법은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의 능동적인 물리적 제어나 모니터링 없이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이고, 자율주행차는 이런 기술을 갖춘 차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관련법안 보기)

이렇게 볼 때 현재 시험운행하는 자율주행차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차는 아니다. 교통사고 보험의 경우에도 시험운행 중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차량이 가입돼 있는 보험회사에서 보험료를 지급하도록 처리하면 그만이다. 이런 시험운행 단계를 넘어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쏟아지는 대량생산 시대를 맞기 전까지 우리는 여러 질문들에 대해 어떤 답을 찾게 될까.

*James M. Anderson, Nidhi Kalra, Karlyn D. Stanley, Paul Sorensen, Constantine Samaras, Oluwatobi A. Oluwatola, Autonomous Vehicle Technology - A Guide for Policymakers (Rand Corporation, 2014), pp. 11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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