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50억' 스타트업의 성공 기준

/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나는 스타트업 성공을 '개인 통장 입금기준'으로 삼는다. 이 기준으로 보면 창업투자사에게 시리즈 B를 받거나 사업이 잘 되어 회사가 매출이 많이 나는 것, 심지어 상장(IPO) 조차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스타트업을 하는 당사자 개인 통장에 큰 돈, 구체적으로 50억 원 이상이 들어 왔을 때를 성공으로 본다.

이제 모호하게 성공을 얘기하지 말고 어떻게 50억 원을 내 통장에 입금 시키느냐를 가지고 얘기해보자. 방법은 세가지다. 회사에서 번 돈을 배당 받거나 상장 시켜 주식을 매각하거나 아니면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성격상 큰 배당을 받는다는 것은 어렵고 평균 10년이 넘게 걸린다. 상장은 너무 먼 얘기라 결국 셋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회사 매각이다.

참고로 50억 원이면 은행에 넣어 두기만 해도 연봉 1억5000만 원을 받는 사람과 같은 실 수령액을 받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건물을 사면 세금 떼고 1000만 원 이상의 월세가 개인 통장에 들어온다. 이런 이유로 50억 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50억 원이 개인 통장에 들어오려면 투자자들과 초기 팀원들의 몫을 고려했을 때 회사를 최소 150억 원에 매각해야 한다. 150억 원에 매각하려면 회사 가치는 50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회사 가치가 500억원 이상 되려면 진입한 시장의 규모가 500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서 창투사들이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 중에 하나가 해당 스타트업 아이템의 시장 규모다.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매출과 이익이 지속적으로 나오거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그러려면 엄청난 아이디어나 대단한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사례가 없진 않지만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로또 복권 당첨 확률 정도만큼 어렵다. 매출과 이익이 나려면 물건이 팔리든, 플랫폼 비즈니스로 수수료나 광고비가 들어오든 해야 한다. 이는 열정과 노력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통찰력과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통찰력은 대표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일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팀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창투사들이 시장 규모 다음으로 스타트업 팀 구성을 우선 순위에 두는 이유다.

내가 만나본 성공한 창업가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는 과정에서 실패할 수 있는 요인들을 극복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완벽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팀원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쏟게 만드는지 아는 리더십을 가졌다.

결국 스타트업의 성공은 될만한 아이템을, 실행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가능하게 만드는 것인데 정리하자면 '시장', '사람', '실행' 세가지다.

한국에서 100억 원이 넘는 스타트업의 M&A는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는' 정도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과 상장사 대표를 만나면서 느낀 점은 충분히 100억 원이 넘는 금액에 매각 가능한 회사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고자 하는 상장사의 니즈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다음카카오의 600억 원 넘는 '김기사' 인수 같은 스타트업 성공스토리가 여러 업종에서 일어날 수 있다.